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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단독] 관저 준공검사 안 해놓고 서명한 문서 2개…증축 공간 감추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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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여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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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가 공사를 주도한 대통령 관저의 준공검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국가시설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따지는 준공검사를 아예 안 한 것이다. 발주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비서실은 법에서 정한 준공검사를 하지도 않고 ‘모든 절차를 밟았다’며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종 증축 내역이 담긴 관저 도면은 작성되지 않았다.



준공검사조서 조작은 명백한 불법으로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 이를 지시한 이에겐 직권남용 혐의를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관저 이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일부 소홀한 점이 있었다’ 등 모호한 표현을 총동원해 고발이 아닌 ‘주의’ 조처를 하는 데 그쳤다. 관가에서는 관저에 어떤 용도의 공간이 증축됐는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후원업체 선정 과정





국가와 민간업체 사이에 이뤄지는 정상적 공사라면 계약→설계→시공→준공 절차를 밟는다. 반면 대통령 관저는 공사가 한참 진행됐거나 마무리 시점에야 공사대금 지급을 위해 사후적·형식적으로 계약서가 만들어졌다. 2022년 5월25일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후원업체였던 ‘21그램’과 1차 인테리어 공사 계약(14억4천만원), 8월16일 ㅇ종합건설과 2차 증축 공사 계약(16억4천만원)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12일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관련자 진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적은 없다”고 했다.





제주에 사무실이 있는 ㅇ종합건설은 21그램이 직접 섭외한 업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을 증축 등 공사 전반을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특정 분야만 시공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한다.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실내건축공사업)만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다. 관저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ㅇ종합건설은 21그램이 증축까지 관여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끌어온 ‘면허 딱지업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ㅇ종합건설은 관저 공사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대신 ㅇ종합건설 대표의 친형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관저 증축 공사 등을 맡았다.





계약·설계 없이 증축 공사 등 시작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 이전이 결정된 2022년 4월 말 공사업체로 선정된 21그램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5월10일 직후 견적서 제출(5월12일), 공사 착수(5월15일) 등 일사천리로 공사를 진행했다. 증축 공사 등을 할 수 없는데도 5월 중순에 이미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불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감사원은 12일 공개한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에 ‘비서실 공사감독 행정관(공사감독자)’이라고만 밝혔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비서실 내부 직원이 아닌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공사감독을 위해 비서실로 파견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2022년 5월 중순 확인한 도면에 증축부가 그려져 있어서 실내건축공사업만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얘기 했다. 21그램의 면허로 수행할 수 없는 공사는 수행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이 파견 공무원은 2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전문공사업체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를 통해서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비서실은 감사원에 “인테리어 공사 외에 다른 공사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하층 구조보강을 하지 않으면 상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21그램은 처음부터 증축을 포함한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겨레가 감사 관련자 등에 확인 결과, 21그램이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기존 외교부 공관에 있던 드레스룸 외에 ‘추가 드레스룸’을 마련하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사우나실이 다시 추가되는 등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



한겨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증축 사실이 기재된 건물 등기부 등본(위)과 국토교통부 ‘키스콘(KISCON·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서 검색한 ‘주식회사 21그램’의 업종 등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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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도 않은 준공검사조서에 서명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등은 민간업체가 공사를 마치면 해당 업체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계약서·설계서·그 밖의 관계 서류에 따라 제대로 지어졌는지 준공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준공검사 전 공사감독자(관저의 경우 비서실)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사현장을 정밀하게 확인·점검해야 하고, 시공자(민간업체)가 작성·제출한 준공도면이 실제 시공된 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해 발주처(행안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내구성 등 건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최종 관문인 셈이다. 공사업체는 발주처와 설계·감리업체 등의 확인 서명까지 들어간 준공검사조서까지 작성돼야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다.



관저 준공검사는 없었다. 따라서 준공검사조서는 작성될 수 없었다. 그러나 1·2차 계약에 따른 두 건의 준공검사조서가 버젓이 작성됐다. 21그램 등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였다.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한 이들조차 감사원에 “준공검사 절차는 하지 못했다” “준공검사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건축 감리를 맡은 ㅇ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준공검사에 가지 않았다. 그는 “입회했다고 조서에 나중에 서명했다”고 감사원에 말했다. 하지도 않은 1차 계약 준공검사조서에 단독 서명했던 행안부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2차 계약 준공검사조서에는 비서실에 공동 서명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감사보고서는 “비서실이 정확한 준공도면 등을 제출받지 않은 채 준공검사조서를 작성·서명해 준공처리 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만 정리했다. 준공 절차상 일부 문제는 있지만 ‘업무 소홀’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겨레에 “준공검사를 절차와 규범에 맞지 않게 한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을 방문해 검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준공검사 대신 비서실·경호처가 ‘안전점검’





감사원은 준공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로 ‘비서실과 경호처가 안전점검을 직접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감사보고서에 자세히 담았다. 비서실이 ‘준공에 문제 없다’고 행안부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점검 날짜는 7월29일이었다. 비서실은 감사원에 “건축물의 도장, 방수 등 마감 상태와 상수도 가압펌프 등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점등이 불량한 전기 시설, 소방 감지기 등에 대한 개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주택 외벽 마감이나 수도·전기·보일러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는 것인데, 내구성 등 안전성 확인이 중요한 준공검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감사원은 “통상의 준공검사 순서와 완전히 동일하게 이뤄지지는 못했으나, 준공검사 취지에 맞춰 필요한 절차를 각 단계에서 성실히 수행했다” “전문 설계 및 감리업체가 현장에서 설계와 시공을 상호 점검했다” “비서실에서 설비 시운전 및 안전점검을 하는 등 준공검사에 필요한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는 비서실 해명을 전했다.





설계도면 없는 대통령 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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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검사를 건너뛰게 되자 설계·시공업체들은 법에 따라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해 작성해야 하는 최종 준공도면 등을 행안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는 “21그램과 ㅇ종합건설이 공사 완료 뒤 경호처 요청으로 공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보안 등의 사유로 폐기했다”고 적었다. 감사원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관저 도면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질문에 “원칙적으로는 있어야 한다.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최종하고는 안 맞는다 의미”라고 답했다. 최종 공사내역을 담은 설계도면은 없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한겨레에 “최종 도면이 없는 것은 맞지만, 공사 중간중간 행안부와 경호처에 제출한 도면들이 있다. 모두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보고서에는 증축한 공간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다. 감사원은 ‘드레스룸·사우나실 등이 증축됐는지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국가보안시설이라 어떤 용도의 구조가 있는지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았다”고만 했다. 비서실 역시 감사 전반에 걸쳐 ‘보안’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관가에서는 “최고 보안을 요구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보다 주거가 주 목적인 관저 공사가 더 폐쇄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사 담당자들이 관저 내부를 함께 살피는 준공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나, 공간 용도 등을 담은 준공도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이 외부에는 감추고 싶은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허위공문서 작성·직권남용 혐의 고발 가능”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앞으로 대통령 관저와 같은 고도의 보안시설 등에 대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법령 등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 조처만 하고 끝냈다. 앞으로 잘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관저 이전 계획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게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했지만,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통보(재취업 때 참고)를 하는데 그쳤다. 김 전 비서관은 관리비서관에서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영전한 뒤, 지난해 12월 퇴직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공모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준공검사조서 조작 등에 가담한 이들은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이를 지시한 이들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가능하다고 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당시 김대기 비서실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이 짙은 만큼 김 여사는 직권남용죄의 공범으로도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 주의 조처가 결정된 지난달 29일 감사원 의결은 당시 오전 9시께부터 저녁 8시께까지 고발 여부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재적 감사위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이 가능한데, 고발이 가능한 4명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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