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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개·고양이 잡아 먹는 이민자 발언에 가려진 미국 경제의 민낯[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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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0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 헌법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ABC 뉴스가 주관하는 첫 TV 토론을 워싱턴서 주민들이 시청을 하고 있다. 2024.09.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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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토론의 기본은 통치와 마찬가지로 선택이라고 한다. 유권자가 통치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토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구를 상대로 이야기하는지를 선택하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10일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가장 중요한 청중은 주요 경합주의 온건 보수파와 무당층이었다. 이들이 좋든 싫든 이번 대선의 승패를 거의 확실하게 결정한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건 보수파와 무당층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슈는 경제다. 지난 4년 동안 미국인들은 물가가 거의 4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세계 최고 부자 나라이자 자동차 없이 살 수 없는 미국에서 돈이 있어도 차를 살 수 없을 정도였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이러한 불만의 벽을 타고 다시 올랐다. 그는 특유의 사이다 발언으로 높은 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대변했고 토론회 초반 승기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며 "사람들은 시리얼, 베이컨, 달걀 등 그 어떤 것도 사러 나갈 수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인 기자조차도 공감할 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 토론회에서 경제 불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 실패했다. 관세와 감세 카드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거창한 해법에 대한 실행 가능한 구체안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아동 세금공제를 확대하고 첫 주택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 현실적으로 들렸다.

트럼프는 이민 이슈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일부 이민자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잡아 먹는다는 괴담을 설파하고 말았다. 트럼프는 이상하다(weird)는 해리스의 프레임에 딱 맞아 떨어졌고 유권자들의 경제 불안은 잊힌 쟁점이 되버렸다.

그렇다고 해리스의 경제가 보수 온건파와 무당층의 표심을 확실하게 끌어 당길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이례적으로 높은 물가가 다소 진정됐지만 이제 고용이 불안하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20년 넘게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은 상태가 1년이 넘었다.

다음 토론회가 성사된다면 바로 이 부분에서 트럼프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게 선택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연준은 2021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기 시작했을 때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비판을 받았고,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리 결정과 관련한 독립성은 중요하지만 연준이 신성불가침의 존재는 아니다. 게다가 연준은 물가 안정이라는 가장 중요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고 연준 수장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판단 착오를 인정했지만 해고되지 않았다.

연준의 금리 결정과 관련한 대통령 발언권 이슈는 고물가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채 고용 불안과 고금리 압박에 직면한 유권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예측에 실패해 허겁지겁 금리를 서둘러 올렸던 것처럼 금리를 급격하게 내릴 만큼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데에 실패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억만장자 존 폴슨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잠재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궁극적 금리 결정은 연준이 내리는 것이지만 연준이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연준 정책이 전반적 재정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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