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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의정갈등 부부싸움에 비유한 대한의학회장 "안 때릴 테니까 (협의체) 들어오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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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정원도 논의하는 장이라는 신뢰 줘야”

설문조사서 전공의 97%는 ‘개원면허제’ 반대

의정갈등 돌파구로 제안된 ‘여·야·의·정 협의체’(협의체)에 관해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환영한다”면서도 “의료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의학회의가 개최한 ‘인턴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 제안은 그 자체로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일보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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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회장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정 사태 시작과 끝이 입법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이뤄지는 것이기에, 협의체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에 향한 의료계의 불신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정갈등이 7개월 지났는데도 해결의 의지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협의체 구성됐으니 논의하자’ 이거는 부부싸움 하면서 맞고 있다가 안 때릴 때니까 들어오란 소리 아니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에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의정갈등 사태의 사과나 유감 표명, 두 번째는 ‘책임자 문책’이다. 동시에 2025년 의대 정원 논의도 언급했다. 그는 “2025년, 2026년 정원에 대해 연도에 관계없이 논의하는 장이라는 신뢰를 줘야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전공의 복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전공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를 잘 갖춰놓고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간담회에서는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중을 현재 45%에서 내년 50%로 높이는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중을 현재 45%에서 50%로 올린 뒤 의대 정원과 전공의 정원 비율을 연동해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중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신원 대한소아청소년과 수련교육이사는 “올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이 기존 6 대 4에서 5.5 대 4.5로 조정되면서 수도권 전공의 지원율은 인기과와 기피과 모두 증가했지만, 비수도권은 모두 감소했다”며 “결론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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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수련병원의 비인기과 기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윤 교수는 “환자가 많은 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비중이 줄어들면 전공의 업무가 더욱 가중돼 수도권 수련병원의 비인기과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늘렸을 때 제대로 된 수련이 안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료 양 자체가 적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만 보는 전공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편 대한의학회는 이날 정부가 추진하는 개원면허제와 인턴 2년제(1년 연장)에 대해 전공의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의학회가 7월23~31일 인턴·레지던트 등 1415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제도에 대해 각각 97%가 반대했다. 개원면허제는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주는 제도다. 다만 ‘인턴 지도전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반가량이 찬성했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수련과정의 표준화와 질 개선을 위해 인턴을 전담으로 지도할 지도전문의를 두되,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적인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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