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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연공서열 아닌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 [심층기획-2차 베이비부머 은퇴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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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고령 인력 활용 활성화엔 공감

임금체계 선결돼야 부작용 최소화”

은퇴 후 생계가 곤란한 고령자는 재취업이 어려워 상당수는 임시·일용직이나 자영업자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세 이상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은 62.9%로 핵심근로연령층 15∼54세에 비해 20%포인트 낮다. 특히 상용직은 35.1%로 15∼54세(65.6%)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임시·일용직이 27.7%로 15∼54세(17.4%)보다 훨씬 높다. 자영업 취업자는 37.1%로 15∼54세(17.1%)의 2배를 넘었고, ‘나홀로 사장’으로 불리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31.7%로 15∼54세(12.5%)의 2배를 웃돈다. 올해부터 은퇴가 본격화되는 2차 베이비부머 954만명이 고용시장에서 맞닥뜨릴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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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놓인 고령가구의 소득 및 소비 하락을 막아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정년 연장이 대두돼왔다. 숙련된 인적자본 활용까지 고려하면 기업들도 환영할 일이겠지만, 재계는 그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9월 ‘정년 관련 경영계 기본입장’을 통해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고령인력 활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나 높은 수준의 임금 연공성, 고용 경직성, 부문 간 이중구조로 대표되는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할 때 고령자 계속고용은 임금체계 개편이 선결돼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정 정년 연장 방식보다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 정책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연공형은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어려운 구조라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하는 만큼 일의 가치와 성과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령화에 따른 임금과 생산성 간 괴리를 막으려면 과도한 연공서열을 벗어나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직무급, 직무수행 능력에 따른 직능급 등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미 정부는 직무·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체계를 확립해 공공기관의 생산성 및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직무급 도입을 유도하고 있으며, 109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에서도 대웅제약이 제약업계 최초로 2016년 시범 도입 후 이듬해부터 직무급으로 정식 개편했다. 그 결과 능력 있는 젊은 인재는 조기 발탁·승진을 통해 역량에 맞는 직무를 수행하게 됐고, 연차 있는 직원도 능력에 맞는 직무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라는 게 사측 전언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직무·성과형 체계를 도입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엔 평생 고용이 정착돼 있어 미국처럼 쉽게 해고하기 어려운 데다 서열을 중시하는 직장문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계속고용의 프로세스로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직업훈련 등을 강화해 퇴직자가 새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보완책도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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