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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2050년엔 ‘물의 행성’ 지구에서 물 찾아 떠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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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신간 ‘플래닛 아쿠아’ 8國 동시 출간

조선일보

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낸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은 땅이 아니라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면서 “화석연료 남용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따라 인류가 물을 찾아 이동하는 신유목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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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인간의 요구에 맞춰 조정하는 사치는 이제 영원히 끝났습니다. 왜냐고요?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이죠.”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9)은 9일 화상 인터뷰에서 “인류는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물을 길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인류의 오만”이라고 했다. ‘노동의 종말’(1995), ‘소유의 종말’(2000), ‘글로벌 그린 뉴딜’(2020), ‘회복력 사회’(2022) 등의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미래를 내다본 리프킨은 이번엔 관심사를 ‘물’로 돌렸다. 최근 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미국, 영국 등 8국에서 동시 출간(한국어판은 민음사)했다.

인류가 물을 자원으로 이용한 것은 6000년 전으로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의 인더스 계곡, 중국 황허 등에서 문명을 이뤘다. 댐과 인공 저수지를 건설하고 운하를 파 물을 격리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수력 문명이 발전했다. 하지만 그 결과 수력 문명이 없으면 도시가 운용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 결국 ‘수자원 인프라’가 인간을 지배하는 역설을 가져왔다.

최근 2세기 동안 화석 연료 기반 산업화 시대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화석연료 남용으로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지구의 담수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담수량은 1만2000㎥에서 절반인 5732㎥로 줄었다. 지구 담수의 70%가 농업에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이 마실 물조차 없어질 정도다. 리프킨은 “그동안 가둬왔던 강과 호수가 마르며 인류가 만들어왔던 수자원 인프라가 파괴되고 있다. 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야생화(rewilding)’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인류는 지구 표면 74%를 차지하는 ‘수권(水圈)’ 아래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물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물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태양이나 바람이 청구서를 보내는 경우를 봤느냐”면서 물의 재야생화로 인한 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발전보다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고 ‘한계 비용’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 산업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리프킨은 원자력에 비해서도 태양광·풍력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전기의 60%가 원자력에서 나오는데, 발전소를 식혀줄 냉각수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폭염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프랑스에는 1만2000여 개의 발전소가 있는데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면 냉각수로 쓰는 물의 96%를 아낄 수 있다. 비용도 훨씬 낮고 활용할 수 있는 방도가 많은데 낡은 화석연료 기술과 원자력을 쓰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을 따라 이동하는 ‘신유목민의 등장’도 예고했다. 지구의 거대 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14년 동안 기후 기상 이변으로 연평균 2100만명이 살던 곳을 떠나 이주하고 있으며 2050년이면 기후 난민이 12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리프킨은 “대규모 기후 이주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남부를 벗어나 서부 산간 지대와 북서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후변화에 순응해 나가면서 ‘수권의 변화’에 따라 향후 50년 이내에 이주 경로 및 패턴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팝업 도시’가 출현할 것이며, 대도시에 집중된 중앙집권적 형태가 분산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신유목민이 나타나면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예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도 전망했다. 기존 금융 자본이 생태 자본으로 변화하면서 ‘GDP(국내총생산)’ 개념 대신 ‘삶의 질 지표’ 개념이 사용될 것이고, 묵중한 대기업보다 민첩한 중소기업에 세계 경제의 무게가 실릴 수 있다. 국제 정치도 생태 중심의 안건들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발전의 시대가 끝나고 장기적으로 거주가 불가능한 지구를 이야기하면서도, 리프킨은 인류의 ‘회복력’과 ‘적응력’에 희망을 건다. “호모사피엔스와 그 조상들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가는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지구상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종입니다. 인간은 차세대에 지식을 전수하는 능력, 집단 협력을 장려하는 공감 능력 등을 통해 이 ‘물의 행성’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곧 터득할 것입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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