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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나이키는 가라” … 아디다스, Y2K 타고 ‘트렌드 세터’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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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디지털 판매 등 실적 감소세

아디다스는 1년새 영업익 4000억원 ↑

복고풍 스니커즈 등 Y2K 열풍 이끌어

재고관리 통한 수익성 개선도 ‘한몫’

“예전엔 나이키에서 많이 쇼핑했는데, 요즘엔 어쩐지 아디다스로 마음이 기우네요. 올가을에는 트랙탑도 하나 사려고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로고 중 하나가 바로 나이키의 경쾌한 ‘스우시(Swoosh)’다. 로고 자체만으로 300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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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두 잇(Just do it)’으로 정의되던 미국의 나이키. 이는 이미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운동할 때는 물론 힙스터들의 시크한 스트릿 패션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랬던 나이키가 요즘 주춤하다. 대신 ‘삼선’ 로고로 대표되는 독일 태생 아디다스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모두 전 세계 스포츠 의류 및 신발 시장에서 오랫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여겨졌다. 다만 매출 면에서는 나이키가 압승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나이키의 총 매출은 약 514억 달러(약 71조원)였고, 아디다스는 약 260억 달러(29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상반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키는 2024년 동안 매출이 소폭 증가했으나, 디지털 판매 감소와 북미·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큰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나이키가 발간한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1일부터 2024년 5월 31일까지 전체 매출은 514억 달러 규모로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체 매출은 약 1% 상승했지만, 디지털 매출은 10% 감소했다. 나이키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성장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에 너무 의존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결과는 재고 문제와 매출 전망 악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이키는 2024년 순이익이 12% 증가, 57억 달러(7조 6653억원)를 기록하며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나이키 주가는 연초 대비 약 3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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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착용한 아디다스 태권도는 그야말로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 출시 후에는 품절 대란을 겪었다. 제니 인스타그램 캡처


아디다스는 나이키 못잖게 오래된 브랜드임에도 2024년 들어 강력한 성장세를 그리는 중이다.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대처하는 게 유효했다. 글로벌 패션 뷰티 데이터 분석 플랫폼 패션비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2024년 1분기에서 예상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매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54억5800만 유로를 기록했고, 매출총이익률은 51.2%로 6.4% 개선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6000만 유로(약 889억원)에서 3억3600만 유로(4983억원)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아디다스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억 유로에서 7억 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결과는 복고풍 스니커즈의 인기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작년부터 아디다스의 삼바, 가젤 등 특유의 슬림하면서도 레트로한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며 “이번 하반기에는 아디다스 ‘태권도’ 모델이 이 같은 레트로 열풍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핑크 제니가 신어 국내서도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삼선 트랙탑 저지’가 다시 유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디다스와 더불어 푸마, 오니츠카타이거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들도 복고풍 Y2K 트렌드를 타고 다시 주목받는 중이다.

이처럼 아디다스는 유행에 빠르게 대처했을 뿐 아니라 재고관리를 통한 마진 개선, 자사몰(DTC 채널)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축구 시장에서의 강력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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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베이비몬스터가 아디다스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아디다스 Z.N.E.(ADIDAS Z.N.E.)’ 컬렉션을 함께했다.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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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는 특히 재고관리를 통해 할인율을 낮추면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다스는 최근 칸예 웨스트와 협업했던 이지(Yeezy) 재고 처리로 지난 1분기에만 약 1억5000만 유로(2225억) 매출과 5000만 유로(741억 8450만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올해 남아있는 이지 제품 재고 판매를 통해 약 2억 유로(2967억 3800만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아디다스의 전체 재고는 2023년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스포츠 패션 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지속 가능성과 개인화된 스타일이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나이키·아디다스가 스포츠웨어 시장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룰루레몬, 알로요가, 뉴발란스 같은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해 차별화를 꾀하는 올버즈도 부상 중이다. 이런 브랜드들은 환경 의식이 높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스포츠 패션업계는 운동과 일상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애슬레저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루는 추세다. 프라다, 구찌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도 고급 스포츠웨어 시장에 진입했을 정도다. 여기에 개성 표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독특한 디자인이나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신흥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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