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7 (화)

[김상회의 사주속으로] 보은(報恩)과 역사(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속담까지 있지 않은가? 우연히 종계변무(宗系辨誣)을 읽다 보니 은혜를 갚는 일이 역사까지 바꾸게 됨을 보면서 인연의 지중함과 보은에 감동하게 된다. 조선 중기 현재의 외교관에 해당하던 역관 홍순언은 명나라에 출장을 갔다. 일이 끝나자 명나라 관계자들이 손님 대접을 하고자 유곽으로 가서는 기생을 불렀다. 술상과 들어온 기녀는 소복 차림이었고 놀란 홍순언은 사연을 물었다.

자신은 류(柳)씨며 시골 출신인 그녀는 아버지와 장사를 하려 상경했다. 부친이 갑자기 사망해버렸으나 수중에 돈이 없어 고향에도 내려갈 방법이 없고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마련하여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자 유곽으로 온 첫날임을 얘기했다. 이 소리를 들은 홍순언은 눈물을 흘리며 수중에 있던 은화 삼천냥을 그녀에게 주며 어서 고향으로 가 부친의 장사를 지내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손끝 하나도 대지 않자 그녀는 홍순언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떠나갔다. 이 돈은 출장비였던 것이어서 액수를 채워 놓지 못하자 그는 공금횡령의 죄목으로 조선에 돌아와서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주변인들은 뭐 하느라 삼천냥을 썼냐고 그에게 물었으나 어디에 돈을 썼는지 끝끝내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선조는 조선이 건국되었을 무렵부터 명서(明書)에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당시 그의 정적이었던 이인임을 엉뚱하게 그가 이성계의 아버지였으며 이성계가 아버지를 꺾고 왕이 됐다는 서술이 들어갔다.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150여 년이 지나도록 그대로였다. 이번에 사신을 보내 바로 잡지 않으면 아예 거기서 죽어버리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터였다. 이게 바로 종계변무(宗系辨誣) 사건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