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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北 오물 풍선에 김포 공장 화재… 기폭장치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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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옥상·파주 창고… 北오물풍선 떨어진 곳곳서 화재

조선일보

지난 5일 오전 3시 20분쯤 경기 김포 고촌읍의 자동차 부품 공장 옥상에서 불이 나는 모습. 소방 당국은 9일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이 공장 옥상에서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의 기폭장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이 추락하며 수도권 곳곳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오물 풍선에 장착된 기폭 장치가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폭 장치는 풍선과 쓰레기봉지를 연결하는 끈에 매달려 있다. 공중에서 이 끈을 끊어 종이나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쏟아지게 만든다. 소량의 화약이 들어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는 일종의 타이머 장치다. 과거에도 대남 오물 풍선에 기폭 장치가 달려 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 들어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북한이 단순히 오물 풍선을 살포하는 것을 넘어 기폭 장치를 활용한 폭발 공격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쯤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창고 옥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로 창고 1개 동의 지붕 330㎡가 불탔고 소방서 추산 8729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불은 3시간 만에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소방은 이날 창고 지붕 위에서 오물 풍선의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기폭장치가 터지며 오물 풍선 안에 든 쓰레기에 불이 붙고 이 불이 창고 옥상을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9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근처 공장 화재 현장에서도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이 공장에서는 나흘 전인 지난 5일 오전 3시 20분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근처 건물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불이 난) 공장 오른쪽 끝에서 불꽃이 보인다”며 신고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공장 천장 50㎡가 불탔다. 공장 측은 1억~2억원대 재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와 오물 풍선 쓰레기 등을 발견했다”며 “현장에서 발견한 물체는 북한 오물 풍선 기폭 장치 등 잔해물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공장은 김포시 고촌읍의 1층짜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이다. 김포공항과는 2~3㎞ 떨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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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오물풍선 기폭장치 - 9일 경기 김포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 기폭장치.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불이 난 공장 옥상에서 기폭장치를 발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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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4~8일 5일간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은 1250여 개로 이 중 430여 개가 수도권 등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폭장치는 수류탄에 있는 신관과 비슷한 파괴력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만약 건조한 날 야산에 떨어지면 산불로 번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지난 6~8월 발생한 오물 풍선 화재도 재조명되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들은 “과거 오물 풍선 화재도 기폭장치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오전 경기 파주시 탄현읍 야산에 오물 풍선이 추락하며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7월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도 오물 풍선이 터지며 불이 났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당시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터지며 불꽃과 함께 빌라 옥상에서 연기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풍선 안에 들어 있던 종이가 불타면서 옥상 벽에 검은 그을음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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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파주 창고 - 지난 8일 불이 난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창고. 소방 당국은 창고 지붕 위에서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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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에도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 주차된 트럭 근처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트럭 외부가 불타기도 했다. 당시 화재로 트럭 문과 타이어가 검게 그을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받은 ‘오물 풍선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기 시작한 지난 5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수도권에서 발생한 피해는 총 1억5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7987만5000원, 경기도가 2065만3000원이었다. 피해 신고 건수는 서울이 13건, 경기도가 38건 등 총 51건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 대부분이 화재와 유리창 파손”이라며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실제 피해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오물 풍선을 발견하면 절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곧장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포=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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