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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영상] 박지원 “제발 좋았던 한덕수로”…한덕수 “제가 왜 변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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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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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박지원(82)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덕수(75) 국무총리는 청와대 같은 공간에 있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총리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고 있을 때다.



9일 국회 대정부질문 정치 분야 첫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과 한 총리는 본회의장에서 상대방 부인까지 거론하는 20여년 인연을 과시했지만, 20분 가까이 이어진 아슬아슬한 입씨름은 서로 차갑게 등을 돌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 임기가 중반에 접어든 사실을 거론하며 “이제부터 내려간다. 산은 내려갈 때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국민과 대통령은 딴 세상에 살고 있다. 국민이 달나라 국민인가, 대통령이 달나라 대통령인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잠시 침묵하던 한 총리는 “같은 나라 국민이다. 대통령은 항상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를 위해 할 일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그렇게 안 하니 문제다. 정치는 검찰 수사하듯, 검찰 수사는 정치하듯 하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로 이슈를 돌렸다. 박 의원은 특유의 비유를 동원해 “불만 켜놓고 문 열어 놓으면 응급실인가? (응급실은) 24시간 문 열고 불 켜놓는 편의점이 아니다. 이 모양, 이 꼴은 누구 책임이냐”고 따졌다. 한 총리는 과거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의료계 뺑뺑이는 10년 전부터 있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박 의원이 “국민들은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 권력서열 1위가 김건희라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하자, 한 총리는 “완전한 가짜 뉴스, 선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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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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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불러 김 여사의 총선 개입 의혹을 따진 뒤, 다시 한 총리를 불러냈다. 이때부터 과거 인연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아는 사이 아닌가요?”(박지원)



“너무나 잘 알죠.”(한덕수)



“사모님도 잘 알죠.”(박)



“돌아가셔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한)



한 총리는 2018년 10월 세상을 떠난 박 의원의 부인을 거론하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친분을 거론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덕수 총리 사모님이 디올백 3백만원짜리를 가져오면 받으실 것인가? 제가 아는 (한 총리) 사모님은 안 받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입장을 한 총리 부인을 끌어들여 질문한 것이다. 한 총리가 “가정을 전제로 해서는 답변 않겠다”고 하자, 박 의원은 “그리 말해야 총리 오래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과거 인연이 쏟아졌다.



“한덕수 경제수석, (내가) 비서실장 했잖아요. 제가 추천해서 (경제수석) 오셨잖아요. 우리가 디제이(김대중 대통령) 모시면서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극복해봤고, 경제위기 때 스크린쿼터도 얼마나 소신 있게 반대했어요. 왜 지금은 말씀 못 하십니까!”



한 총리도 지지 않았다.



“무엇이든 (윤석열) 대통령께 도움되는 말씀이면 하겠다. 그러나 가짜 뉴스와 선동을 전제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정신 차려야 한다”(박지원), “정신은 항상 차리겠다”(한덕수) 등 오래된 인연을 바탕으로 한 ‘티키타카식 공방’이 계속되자 여야 의석에선 자주 웃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과거 청와대 근무 시절을 거론하며 공방을 벌였다.



“그 순한 한덕수 총리가 요즘 대통령이 싸우라고 하니까 국회의원들 질문에 저돌적으로 반항하고 있어요. 어떤 대통령이 여당 의원에게 야당과 싸우라고 합니까?”(박지원)



“김대중 대통령이 싸우라고 할 때 제가 싸우던가요?”(한덕수)



“디제이는 정의를 위해 싸우라고 했어요!”(박)



“맞습니다. 국정을 위해 싸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짜 뉴스와 선동이 판을 치니….”(한)



“제발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가세요!”(박)



“저 의원님 존경하고요. 함께 말레이시아 가서 외환위기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거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제가 왜 변합니까!”(한)



“좋은 한덕수가 왜 지금은 나쁜 한덕수예요?”(박)



“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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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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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공방하던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날, 김건희 여사 생일파티 사진을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것을 두고 본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신 나간 대통령실에서는 왜 하필이면 이런 사진을 공개해서 국민 염장을 지릅니까?”(박지원)



“제가 보기에는 비서실장, 공보수석, 홍보수석으로 모든 정권에 걸쳐서 최고였던 박지원 의원님을 따라갈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한덕수)



“그러니 윤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나를 데려다 쓰라 하세요.”(박)



“그렇게 건의하겠습니다.”(한)



화기애애하게 끝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공방은 대정부질문 막판 차갑게 돌변했다.



“이렇게 뵈니까 너무 좋습니다.”(한덕수)



“(총리 공관이 있는) 삼청동으로 한 번 초청하세요.”(박지원)



“사실 저는 국정원장실에서 한 번 부를 줄 알았습니다.”(한)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튿날 물러났다. 이에 박 의원은 “국정원장은 외부인사를 잘 안 부른다”며 질문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 순간 ‘나쁘게 변한’ 한 총리가 굳이 어디선가 전해 들은 얘기를 하며 가시를 박았다.



“그런데 거기 가봤다는 기자들이 너무 많더라고요.”(한덕수)



“그렇게 쫄랑쫄랑 덤비니까 대통령이 하는 짓을 총리가 배우고, 국회의원들, 장관들이 도전하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됩니다. 들어가세요.”(박지원)



박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질의한 뒤 다시 한 총리를 불러 현안 질의를 마쳤다. 이어 마무리 발언을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딱 두 분만 바뀌면 잘 산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뀌어야 국민도 편안하다. 바뀌지 않으면 국민도 불행하고, 나라도 망하고, 대통령 내외분은 험한 꼴 당한다.”



한 총리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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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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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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