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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사설]사과도 않고, 탄핵의원 ‘왕따’, 지지율은 野 절반인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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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2.20.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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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한 ‘불능 정당’으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면서 한동훈 대표가 밀려나듯 사퇴했는데,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닷새째 난항을 겪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겸직이냐, 다른 중진을 뽑느냐를 놓고 논의만 거듭하다 새로 선출해 다음 주 초 공개한다는 방향만 잡은 상태다. 온 나라를 들쑤신 계엄과 탄핵 정국 한복판에서 책임감도 긴박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난맥과 무능이 드러나면서 당 지지율은 지난주에 이어 24%(20일 발표 갤럽 조사)로 조사됐다. 민주당(48%)의 절반 수준으로, 윤 정부 이래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의 지리멸렬은 대통령의 위헌·불법적 비상계엄이 잘못이란 점을 분명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무장 군인 국회 투입이 뭐가 잘못인지 말하지도, 사죄하지도 못하고 있다. 1차 탄핵 불참 직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어정쩡한 입장문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 때문에 ‘계엄 옹호당’ 이미지가 굳어지는 동안 의원들은 우리 편 대통령과 맺은 의리와 지역구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더 집착하는 듯하다. 다음 총선이 3년 넘게 남아서인지 성난 민심은 안중에 없다는 식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조사마다 70%가 넘고,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응답이 70% 안팎에 이르는 조사도 있다. 그렇건만 당내에선 시대착오적 계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헌법상 책무보다는 야당에 유리한 대선 시간표는 안 된다는 기류만 강하게 흐르고 있다.

당내에선 ‘왕따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탄핵 찬성파인 초·재선 의원들이 악수하려 내민 손을 거부하고, 귀에 대고 “배신자”라고 말하고 지나간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배신자 프레임 탓에 집권당이 중고교 교실 수준으로 전락했다. 계엄 선포 직후 소속 의원 단체문자나 탄핵 가결 직후 의원총회 발언 녹음이 유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친윤은 ‘계엄 직후 우리도 할 말은 했다’거나 친한은 ‘한동훈 대표가 이렇게 당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배신하면 안 될 것은 헌법 가치와 민심이다. 편을 짜서 서로 돕고, 공천을 주면 전당대회 때 표 모아 주는 식의 낡은 정당 문화가 남았다손 치더라도 이만한 국란을 겪고도 이러는 현실이 서글프다.

새 비대위원장의 권한과 성격을 논의하는 회의에도 불참 의원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30명인 재선 의원들이 어제와 그제 만났는데, 참석자가 10명을 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집권여당이 참가하는 것을 결심하는 데 닷새나 걸렸다. 하나하나가 불능 정당의 맨얼굴이다.

다음 주 초 새로 인선할 비대위원장은 현재로선 권영세 김기현 나경원 등 당내 중진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들이라면 누가 되든 권 원내대표와 함께 ‘탄핵 반대론자’들이 이끄는 투톱 체제는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계엄 옹호당, ‘윤 방탄당’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이 한심한 여당을 보며 혀를 차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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