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미리 보는 미국 대선 토론... 약점은 트럼프, 부담은 해리스가 더 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일 ‘해리스 vs 트럼프’ 첫 TV 토론]
트럼프 단점들 감춰주던 바이든 부재
해리스는 바이든 그늘 벗어나야 승산
트럼프 자제력·해리스 확장성 시험대
별도 자료 없이 2분씩 답변하며 공방
한국일보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의 첫 진검 승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은 11월 5일 선거 전 두 사람이 유일하게 공개 대면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망치면 사실상 만회 기회가 없는 만큼 압박을 느끼는 것은 양측이 마찬가지다.

다만 성격은 좀 다르다. 트럼프는 상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로 바뀐 뒤 약점이 부각돼 버렸다. 그러나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인지도와 정치 경력이 열세인 해리스가 더 크리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일보

7월 27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클라우드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지난달 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세인트크라우드·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의 존재감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와의 토론(6월 27일)에서 참패한 뒤 지금은 레이스에서 빠진 바이든의 존재감이 커졌다. 트럼프는 이제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신세다. 82세 바이든이 갖고 있던 최고령 대선 출마자 타이틀을 78세인 그가 넘겨받았고, 경쟁자의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본인의 단점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6월 토론 결과는 ‘바이든의 패배’였을 뿐 ‘트럼프의 승리’는 아니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댄 볼즈의 평가다. 7일 칼럼에서 볼즈는 트럼프의 △자제력 △(정책 관련) 지식 △나이와 예리함 △기질(인성) △인종 및 성차(gender) 이슈를 다루는 방식 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진행자 질문에 각각 2분씩 답변하는 형식이 될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의 급선무는 ‘결점 감추기’가 될 개연성이 크다. 특히 정책이 화제일 때가 낭패다. 자신에게 유리하고 해리스에게 불리한 쟁점에 집중하라는 게 트럼프 캠프 주문이지만, 이슈 논쟁보다 불만 토로를 더 즐기는 트럼프는 5일 뉴욕 경제 클럽 연설 때처럼 텔레프롬프터(자막 기계) 원고를 읽지 않으면 말의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요점 없이 횡설수설하기 십상이었다고 볼즈는 전했다.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일 위스콘신주 모시니의 센트럴 위스콘신 공항에서 유세를 시작하고 있다. 모시니=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자해, 해리스에 도움”


무지 노출과 더불어 트럼프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는 건 기회주의 행태나 인신공격이다. 임신중지(낙태)권의 경우, 중도·여성 유권자를 끌어들이며 지지 기반인 보수층도 붙잡으려다 보니 태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몸에 밴 여성혐오, 인종주의 편견 발설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트럼프가 멋대로 떠들게 놔둬 그의 자해를 돕는 게 좋다”고 해리스에게 조언했다.

‘트럼프 자극’도 필요하지만 해리스의 최우선 과제는 바이든의 그늘을 벗어나는 일이다. 완전한 결별은 불가능해도 차별화할수록 승산이 커진다는 게 당내 전략가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이는 어떻게든 그를 바이든 행정부 실정과 묶으려는 트럼프 측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 NYT는 트럼프가 △고물가 △유럽·중동 전쟁 △불법 이민 등에 공격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브렛 오도넬은 WP에 “해리스가 해결하려 애쓰는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이 해리스라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게 트럼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기회주의 아니냐’라는 추궁은 해리스도 피할 수 없다. 최근 CNN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기후변화나 불법 이민과 관련,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입장을 바꾼 ‘우클릭’ 행보에 대해 “내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고만 했다. 중도 부동층으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해리스를 트럼프가 어떻게든 급진 좌파로 낙인찍으려 시도하는 구도가 형성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일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앞줄 왼쪽) 부통령이 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향신료 매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피츠버그=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리스 ‘특훈’... 트럼프는 여유


주관 방송사가 CNN에서 ABC로, 장소가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각각 바뀌었으나 형식은 바이든·트럼프 토론 때와 대동소이하다. 별도 자료 없이 펜과 종이 한 장, 물 한 병만 지니고 청중 없는 스튜디오에서 90분간 서서 토론하게 된다. 말하지 않는 후보의 마이크를 끄는 것도 같다. 토론 내내 마이크를 켜자고 해리스 측이 제안했지만 트럼프 측이 거부했다. 상호 간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막말을 유도하거나 발언 사실관계 오류를 곧장 질타할 수 있기를 바랐던 해리스가 손해를 본 셈이다.

준비 모습은 대조적이다. 해리스는 5일 펜실베이니아주에 캠프를 차리고 ‘특훈’에 들어갔다. 실제와 비슷한 무대를 꾸미고 대역을 쓰며 모의 토론을 반복하는 식이다. 베테랑 전문가인 캐런 던 변호사도 합류했다. 반대로 트럼프는 여유를 부리는 모양새다. 정책 관련 브리핑과 문답을 진행하는 정도라고 한다. 맷 게이츠 연방 하원의원은 NYT에 “트럼프는 토론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보란 듯 유세도 강행했다. 7일 위스콘신주 모시니 옥외 유세에서 자신을 ‘관세 대통령’이라고 지칭한 뒤, 외국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감세 동력을 마련하고 ‘달러 패권’을 유지한다는 식의 보호무역 구상을 소개했다. 이날 해리스는 토론을 준비하며 피츠버그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토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