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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해리스 밀어줄게 … 대신 '빅테크 킬러' 해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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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90여 개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과 법 집행기관 관리 100여 명이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표 주자인 딕 체니 전 부통령도 해리스에게 투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잇단 지지 선언으로 딜레마도 생겼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억만장자 기부자들은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부자들은 해리스와의 통화 및 모금 행사에서 칸 위원장과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지난 7월 배리 딜러 IAC 회장과 링크트인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칸 위원장에 대해 "미국 기업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이후 그를 교체해야 한다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칸 위원장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빅테크 킬러'로 임명됐다. 그가 취임한 후 FTC는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많은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를 무산시켰다.

겐슬러 위원장도 민주당 억만장자 기부자들에게서 해임 요구를 받고 있다. 해리스의 지지자인 억만장자 마크 큐번은 이번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SEC가) 변화해야 한다"면서 "SEC에 내 이름을 넣어달라고 (부통령 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겐슬러의 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 규제로 미움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상화폐 콘퍼런스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겐슬러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는 해리스가 호프먼이나 큐번 같은 갑부 지지자들에게서 많은 기부금을 받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에 끝난다. 칸 위원장 임기는 오는 25일에 끝나지만 상원이 새로운 후보를 임명하기 전까지 직책을 유지할 수 있다. 칸 위원장은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교체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로이터통신과 CNBC에 따르면 지난 6일 90여 개 기업의 전현직 CEO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21세기폭스 CEO를 지냈던 제임스 머독,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부인이자 에머슨 컬렉티브의 대표인 로린 파월 잡스가 이름을 올렸다. 가상화폐 리플의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라슨, 워싱턴 위저즈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팀을 소유한 테드 레온시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 전 블랙스톤 사장인 토니 제임스, SV앤젤 창업자인 론 콘웨이 등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참여했다. 인드라 누이 전 펩시코 CEO, 켄 프레이저 전 머크 CEO, 앨런 멀럴리 전 포드 CEO, 락스먼 내러시먼 전 스타벅스 CEO, 댄 슐먼 전 페이팔 CEO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미국 법 집행기관 전현직 관리 100여 명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해리스의 검찰총장 경력과 총기 폭력 단속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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