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영 디자이너 |
더불어민주당이 쏘아 올린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정부·여당이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다고 맞서면서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도입됐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일종의 상품권으로 통상 7~1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8일 기획재정부의 ‘연도별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규모’에 따르면 2019년 884억원이던 지원 규모는 2021년 1조2522억원까지 늘어났다. 당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여파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다시 지원 규모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사실 윤 정부는 3년 연속(내년도 포함) 관련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로 증액됐다.
문제는 민주당이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재량이 아닌 '의무'로 바꿔, 전국적으로 사용을 촉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벌어졌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자체장 시절 역점을 두고 추진해 이 대표의 간판사업으로 불리는데 민주당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정부·여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정부 예산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지역화폐는 당초 지자체 자체 사업인데 여기에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을 의무화한다는 건 지방자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개정안은 ‘자치 사무는 자치단체가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은 2018년 고용위기 지역에 대해 국비 지원을 한 이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2년에 한시적으로 국비를 지원한 것”이라며 “사무 성격, 소비 효과 등을 고려해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재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2020년 9월)를 근거로 들며 소비 진작이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선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역화폐의 경우 낙후된 지역 등 특정 지역에서만 발행해야 인접 지역으로 유출될 수 있는 소비를 붙잡아놓을 수 있다"며 "법으로 의무화하면 해당 효과가 상쇄돼 지역 경제 부양 효과는 없어지고 상품권 발행·유통비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재부로선 재정 부담도 크다.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지난해 3522억원이었고, 올해는 2500억원이 편성돼 있다.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감소하면서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재정 지원을 의무화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가 지방 경제를 활성화해준다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라며 “차라리 저소득층이나 지역 소상공인 등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더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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