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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르포]벼·콩 120일간 정밀 촬영해 슈퍼컴 분석…가뭄·병해충 강한 품종 찾는 '디지털 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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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 대형 화분에 심어진 벼와 콩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이틀에 한 번 영상 촬영을 위해 자동으로 움직인다. 각기 다른 유전체 정보를 가진 벼와 콩 각각 100종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과정이다.

5일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작물표현체 연구동을 찾았다. 이곳은 작물 특성을 고속·대량 분석하기 위해 2017년에 준공됐다. 스마트온실에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 등의 센서를 컨베이어 시설과 로보틱스 자동화 장비를 통해 최대 1012개체를 촬영 및 분석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연구시설이다. 각 품종의 유전체정보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육종 기간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는 '디지털 육종'이 시작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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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국림농업과학원의 작물표현체 연구동에서 자라고 있는 벼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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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온실에 들어서자 각기 다른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유전정보가 다른 100종의 벼와 콩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물들은 120일간 이곳에서 자라며 이틀에 한 번씩 정밀 촬영을 통해 표현체를 수집한다. 표현체는 겉으로 드러나는 작물의 생육 특성으로 유전자와 재배환경의 상호작용에 따라 발현된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품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생육이 달라지는 데 이 결과물이 표현형인 셈이다. 표현체 연구동에서는 다른 유전형을 가진 품종을 같은 환경에서 키워 표현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김경환 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이틀에 한 번씩 컨베이어 벨트 이용·이동해 정밀 영상촬영을 하고 있다"며 "환경을 동일하게 제어해 유전정보가 다른 각 작물의 생육과 화분의 무게와 물의 양 등을 측정해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화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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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표현체 연구동에서 자라고 있는 콩 품종이 정밀 영상촬영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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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체 연구동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는 분석을 위해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로 보내진다. 농진청은 총사업비 148억원을 들여 총면적 2057㎡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를 지난해 9월 준공했다. 준공과 더불어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를 관리전환 받아 슈퍼컴퓨터 2호기를 도입해 디지털 육종과 농업기상, 병해충 등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연구 및 공동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슈퍼컴의 장점은 무엇보다 빠른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벼 3024개 자원의 유전형을 분석하려면 일반컴퓨터는 6개월에 걸리지만, 슈퍼컴은 4일이면 분석이 가능하다. 이태호 농업과학원 초고성능컴퓨팅전문센터장은 "디지털 육종은 전통육종 방식과는 다르게 농업 현장에서 얻는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품종 육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슈퍼컴퓨터 2호기를 활용해 경제적으로 중요한 작물이면서 종자기업 등에서 분석수요가 높은 작물인 고추와 콩, 벼 등을 대상으로 유전형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해 디지털 빅데이터를 육종에 활용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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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이태호 농진청 농업과학원 초고성능컴퓨팅전문센터장이 슈퍼컴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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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은 보다 정확한 농업관측을 위한 농업위성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농업관측 정보 생산을 위해 현재는 현장을 방문해 설문·청취·현장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을 이용하면 객관적이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우주항공청, 산림청과 함께 광역 농림관측을 위한 차세대중형위성 4호를 개발 중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2025년 하반기에 발사 예정인 농림위성을 이용해 벼와 콩, 양파·마늘 등 주요 작물의 면적 및 생육 추정하는 기술과 관측 체계를 마련해 농산물 수급 정책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위성 발사 후에 바로 활용하기 위해 주요 작물의 작황 예측, 관측 체계를 준비하고 있고, 향후 관측 대상 작물을 확대하고 다중 영상 융합활용을 통해 정확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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