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7 (화)

[데스크 칼럼] 젖소 불고기 속여 판 ‘슈퍼乙’ 누가 키웠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종합감사에서 젖소 불고기를 1등급 한우로 속여 판 공영홈쇼핑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 홈쇼핑에 젖소 불고기를 납품한 협력업체는 뉴월드통상이다.

이번 감사에선 뉴월드통상 김재현 대표가 사전 위생 점검을 나온 홈쇼핑 품질관리팀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기 품질 문제를 지적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당한 현장 위생 점검 도중 폭행 사건을 일으킨 건 표준거래기본계약서 제9조를 위반한 행위다. 이 때문에 중기부는 홈쇼핑 측에 뉴월드통상과 계약을 해지하고 자격 제한을 검토하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자사 직원이 폭행을 당했는데도 공영홈쇼핑은 거래도 못 끊을뿐더러, 김 대표의 공식 사과만 요구하고 사건을 무마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폭행 사건으로 현장 실사를 끝내지도 못했는데도, 품질관리팀은 뉴월드통상의 위생 점검을 생략한 채 신규 상품을 등록했다.

통상 대형마트·이커머스·홈쇼핑 등 판매채널 운영사는 협력업체의 갑(甲)이다. 제조기업이 대규모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 이마트·쿠팡 등 대형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뉴월드통상은 반대였다. 2022년 기준 입점업체(당시 3880개)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37%는 방송 기회를 단 1번밖에 얻지 못했다. 반면 뉴월드통상은 1000회 이상 편성되는 등 특혜를 받았다.

공영홈쇼핑이 지난 4년간(2019~2023년) 뉴월드통상과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 2곳에 몰아준 가공 축산 분야 방송 편성은 40%에 달한다. 뉴월드통상과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 대표는 형제 관계다.

이쯤 되면 뉴월드통상은 ‘슈퍼을(乙)’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중소기업의 공적 판로를 지원하는 공영홈쇼핑이 왜 뉴월드통상에 쩔쩔매게 됐을까.

일각에선 뉴월드통상과 정치권의 유착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영홈쇼핑 구조에 있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 중기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의 지분을 보유해 2018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판매 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설립취지에 따라 100% 중소기업 제품만으로 방송을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물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 특성상 홈쇼핑에 신속하게 물건을 댈 만한 곳은 많지 않다.

통신판매업자인 공영홈쇼핑은 티몬·위메프 등 통신판매중개업자와 달리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비자를 보호하고 손해배상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관행처럼 특정 업체 편성 몰아주기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홈앤쇼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이 또 논의되고 있는 것은 온당치 않다. 중기 전용 홈쇼핑도 관리가 되지 않는 마당에 또 새 홈쇼핑 채널이 생긴다는 것은 뉴월드통상과 같은 슈퍼을의 지위를 더욱 강화하기만 할 뿐이다.

이번 폭력 사건이 드러난 후 공영홈쇼핑 내부에선 차라리 다행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슈퍼을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참에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제 중기부가 나설 차례다. 결국 소비자를 기만하고 젖소를 한우로 속여 판 업체를 일벌백계하는 한편, 특정 업체에 홈쇼핑 방송을 밀어줄 수밖에 없는 편성 규정의 폐해도 바로 잡아야 한다.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불필요한 곳까지 국가의 자원을 낭비해선 안 된다.

유윤정 벤처중기부장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