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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대통령에 계엄 음모론 토론 제안하다니… 민주당, 제정신인가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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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금도 벗어난 정치 공세

구체적 증거나 정황 제시 못 해

수권 능력에 대한 회의 커질 것

더불어민주당이 별다른 근거 없이 연일 윤석열정부의 계엄 음모론을 제기해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계엄 음모설을 최초로 제기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제도 윤 대통령·비서실장·안보실장에게 계엄령 의혹과 관련해 자신과 공개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계엄 생각이 없다는 것이 진심이면 국민적인 보장조치를 할 의향이 있냐고 질의한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출신이 군에서 중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군기문란 충암파를 수사·해임·전보 등 조치로 척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너무 무모하고 황당한 요구다. 정치 공세에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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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음모론은 2022년 친야 성향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다가 지난달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이 공식 제기했고, 이재명 대표도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 생중계 발언을 통해 공개 거론하며 정국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계엄 음모론의 골자는 윤 대통령이 탄핵 저지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체포·구금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제보·정황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았던 민주당은 최근 두 가지를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다. 계엄 관련 정부·군 요직에 ‘충암고 라인’이 포진했다는 것과 ‘경호처장 공관 비밀 모임’설이다.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충암고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400명 가까운 군 장성 중에서 4명을 갖고 ‘충암파’라고 하는 것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게 김 후보자의 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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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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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또 김 후보자가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서 방첩 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불러 ‘비밀모임’을 했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수방사, 특전사, 방첩사는 (대통령) 경호 작전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 경호처장이 과거부터 관례로 격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내놓은 증거나 정황이라는 게 국민을 전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탄식이 절로 나온다.

더구나 헌법 77조에 의하면 계엄령은 아무 때나 발동할 수도 없고 국회의원 과반이 요구하면 해제해야 한다. 설령 계엄령이 선포된다 해도 민주당 170석을 포함해 190석이 넘는 야권은 언제든 계엄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훤히 아는 민주당이 이런 허황한 얘기를 퍼뜨리는 속내는 뻔하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 높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1심 판결에 대비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의 명분을 쌓으려는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계엄령은 전시, 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다. 국민 생활이나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오게 된다. 의혹 제기 후 ‘아니면 말고’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근거가 박약한 음모론 제기는 민주당의 수권 능력에 대한 회의만 키울 것이다. 오죽하면 문재인정부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뜬금없다”고 했겠는가. 민주당이 수권 정당을 자임하고 싶다면 망상에 가까운 이런 음모론은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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