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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역경 이겨낸 보치아 영웅들…은퇴 이후 삶까지 도움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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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오텍그룹 회장
패럴림픽 10연패 이끈 조력자
2009년부터 수십억 후원하고
국내·국제 대회 개최에도 힘써
전국 지자체 직접 찾아가 설득
실업팀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
“직접 해보면 재미있는 보치아
사회체육으로 인정받도록 노력”


매일경제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6일 보치아 공을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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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치아가 한 번도 목에 걸기 어려운 패럴림픽 금메달을 40년간 10회 연속으로 따냈다.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양궁과 비견될 만한 업적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특별한 조력자가 있다. 2009년부터 보치아를 후원해 ‘한국 보치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자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이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업가정신을 보치아에 적용한 그는 장애인 스포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냈다.

강 회장은 6일 오텍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패럴림픽 10연패를 달성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주변에 말은 못했지만 패럴림픽 10연속 금메달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는데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해 걱정스럽기도 했다”며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인데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정상에 오른 한국 보치아 선수들은 영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 회장이 보치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9년이다. 국내 최초로 장애인 차량을 개발하는 등 장애인 제품 개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강 회장은 훈련장에서 한 보치아 선수를 돌보는 어머니의 애정 어린 눈빛을 보고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강 회장은 “15년 넘은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을 위해 어머니가 희생하는 장면을 보고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며 “내가 하는 건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한데 주변에서 좋게 봐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 오히려 내가 보치아와 함께한 뒤로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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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6일 2009년부터 한국 보치아 발전에 힘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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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활동이 여의치 않은 중증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어 관심도가 높지 않다. 그러나 강 회장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워 이겨내는 보치아 선수들에게 감동받은 강 회장은 매년 수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 회장은 국내 대회 수를 15개로 늘리고 국제 대회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6년 세계보치아선수권대회 등과 같은 국제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강 회장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실전 경험이 없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험의 힘을 체감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전 세계 70개가 넘는 국가에서 참가할 정도로 국제 대회 규모가 커졌다. 패럴림픽 연속 금메달 행진을 20회까지 늘리는 등 한국이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리 대회에서 정호원이 금메달을 차지하며 달성한 패럴림픽 10연패의 원동력으로도 다수의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을 꼽았다. 강 회장은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패럴림픽에서 본인 실력을 100% 발휘하는 데 여러 번의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럴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의 성적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강 회장은 보치아 선수가 은퇴한 후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실업팀을 늘리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강 회장은 “보치아 선수들이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서울, 강원, 충남 등에 실업팀 6개가 생겼는데 소속 선수들은 은퇴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국을 누비며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해 장애인 선수들이 이전보다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도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보치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보치아연맹 임원까지 맡고 있는 강 회장은 보치아가 한국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체육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해보면 더 재미있는 스포츠가 보치아다. 학생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보치아이기 때문에 사회체육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보치아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선수들 환경도 좋아지는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패럴림픽 10연패에 대해 혼자가 아닌 보치아 모든 관계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결과라고 자신을 낮췄다. 강 회장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스포츠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보치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한 결과가 패럴림픽 10연패라고 생각한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전국 지자체 보치아협회 관계자 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준 덕분에 한국 보치아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오텍그룹은 지주사 오텍, 오텍캐리어, 씨알케이,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까지 4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강 회장은 보치아 선수들에게 배운 도전 정신을 기업 운영에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도전을 거듭해 오늘보다는 내일, 올해보다는 내년이 기대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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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6일 보치아 공을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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