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요거트 열 때 손동작 주의”…또 ‘여성혐오’ 자초

서울우유 그릭요거트. 서울우유 누리집 갈무리

서울우유가 자사 신제품 홍보에 참여할 인플루언서를 모집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손동작 사용을 주의해달라’는 안내문을 게재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울우유가 언급한 ‘손동작’이 일각에서 남성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했다고 주장하는 ‘집게손가락’을 의미한다며,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손동작마저 금기시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우유는 최근 ‘서울우유 더 진한 그릭요거트 소프트’ 홍보를 위한 인플루언서를 모집하면서 홍보글 작성 시 주의사항 중 하나로 ‘요거트 뚜껑을 열거나 패키지를 잡을 때 논란의 손동작 사용을 주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이러한 사실은 한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판글을 올리고, 이 글이 주목을 받으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손가락으로 뚜껑을 여는 게 남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냐”며 “왜 일반 시민이 행동 하나하나 검열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요거트 (뚜껑을) 어떻게 뜯어야 하나, 중지로 뜯나 주먹으로 쥐고 뜯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우유가 자사 신제품 홍보에 참여한 인플루언서에게 보낸 안내 문구. 엑스(X·갈무리)

서울우유가 ‘집게손가락=남성혐오’라고 보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을 의식해 지극히 일상적인 손동작마저 검열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반 소비자라면 전혀 고의적으로 느끼지 않을 손 모양을 금기시하는 기업의 지침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우유가 어느 한쪽의 편중된 메시지만 홍보·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우유 쪽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사회적 논란을 차단하고 제품 자체에 관심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면서도 “논란이 된 문구를 삭제해 5일 오후 다시 안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설명에도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우유가 여성혐오적 시각을 바탕으로 제품 홍보를 진행해 비판받자 사과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서울우유는 지난 2021년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신제품 홍보영상을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려 누리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52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흰옷을 입은 여성이 나뭇잎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던 중 카메라 든 남성의 인기척을 듣고 갑자기 젖소로 변하는 흐름으로 제작됐다.

당시 누리꾼들은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점, 불법촬영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포함된 점을 꼬집으며 ‘어떻게 이런 시대착오적 영상이 송출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서울우유는 결국 “해당 광고로 인해 불편을 느끼신 모든 소비자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2003년에는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방식의 홍보 마케팅을 펼쳤다가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서울우유는 자사 요구르트를 광고한다며 일반인과 취재진 앞에서 알몸인 여성 3명에게 밀가루를 바르고 분무기로 요구르트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후 서울우유 마케팅 담당자 등 4명은 공연음란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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