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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중국, 30여 년 만에 어린이 해외 입양 중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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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방지 등 국제적 추세 반영
출산율 최저... 인구 감소 우려 탓도
한국일보

중국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율동을 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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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32년간 허용해 온 어린이 해외 입양 정책 시행을 돌연 중단했다. 극심한 저출생 추세에 따른 인구 감소 우려를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미국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해외 입양 정책을 끝내기로 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의 결정이 중국 아이 입양을 준비하고 있던 미국 내 수백 명의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당국에 설명을 요구한 상태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3대(代) 이내 방계 혈통의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를 제외한 어린이 해외 입양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이 같은 결정은 "국제적 관례와 부합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의 구체적 배경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1992년 외국인의 중국 어린이 입양을 공식 승인했다. 중국에선 '한 자녀 정책'(1978~2015년) 시행 시기에 태어난 둘째, 셋째들이 중국 내 친척에게 몰래 입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외 입양은 이를 막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였다.
한국일보

중국 베이징 자금성 부근에서 어린이들이 휴대용 선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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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린이를 가장 많이 입양한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최소 15만 명의 어린이를 해외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영사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1999~2022년 28만2,000여 명의 해외 아동을 입양했으며 이 중 중국 어린이가 8만2,000여 명(29.2%)으로 가장 많았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어린이 해외 입양은 급감했으며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어린이 해외 입양 중단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네덜란드가 최근 국제 입양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고, 덴마크와 노르웨이도 입양 허용 범위를 축소하거나, 전면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인신매매를 통한 입양 등 불법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해외 입양 금지 조치는 국제적 관례와 부합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설명은 이 같은 흐름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AP는 "중국의 이번 발표는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흐름 뒤에 나왔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출생아 수는 902만 명으로, 194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명이고, 인구 유지 마지노선인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결정이 중국 인구 감소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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