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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회 직전 민생법안 28개’로 겉치레…내용은 “역대 최악” [22대 국회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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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개원후 100일동안 거부권만 6번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에 尹대통령은 불참
‘빈손국회’ 오명 벗으려 부랴부랴 민생법 처리
탄핵안·재의요구권·필리버스터 등으로 점철
최장시간 필리버스터·인사청문회 기록수립
전문가 “정쟁 불가피…민생 분리해 법안처리”


매일경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개원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다. (왼쪽부터)한덕수 국무총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매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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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로 100일을 맞는 22대 국회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에 윤석열 대통령 불참이라는 반쪽짜리 시작을 한 22대 국회는 100일 동안 34개 법안만을 통과시키는 데 그쳤다. 발의한 법안은 의원발의 3202건, 정부제출 212건으로 총 3414건이었다. 법안 발의의 수는 20대·21대 국회를 약간 상회하는 수다. 가결 처리한 법안 역시 과거보단 조금 많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수당 일방처리 법안과 탄핵안·거부권(재의요구권),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점철됐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차 22대 국회가 열린 뒤 세운 방침인 ‘민생법안 우선처리’가 정기국회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우려해 8월 말 28건을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그전까지 22대 국회는 두 달 넘게 민생법안 처리 실적 0건을 자랑했다. ‘일 안하는 국회’라는 민심의 역풍을 맞지 말자는 데 공감한 여야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법안 처리에 나섰던 것이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직접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재의요구로 폐기된 법안, 여야 간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합의되지 않은 정쟁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당분간 중단하자”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께 민생 입법 처리를 위한 제안을 드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20·21대도 순탄치 않은 100일을 겪었다. 20대 국회는 ‘싸우는 국회’의 민낯을 드러냈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야당 단독으로 진행하는 기록도 이때 처음으로 세워졌다.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간 욕설과 막말이 터지며 ‘닥치세요’ ‘멍텅구리’라는 말도 오갔다. 21대 국회도 만만치 않았다. 100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가결법안은 19건에 불과했다. 만약 22대 국회도 8월 임시국회 마지막 28개 민생법안 처리를 못했다면, 21대 국회보다 더욱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었을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0대 때는 박근혜정부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전신)은 소수여당은 아니었다. 21대 문재인정부 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소수야당이었다”며 “22대 국회의 국민의힘은 소수여당으로서 과거보다 방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 게다가 여야 간 대립도 격화됐다”고 평가했다.

역대 최장 지각에다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개원식은 22대 국회의 큰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20대 국회는 여대야소의 구도가 깨지고 여야3당의 모습이 됐지만, 국회의원 임기시작 보름 뒤에 개원식을 진행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20분가량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여당 180석이라는 여대야소의 국면으로 시작한 21대 국회는 의원 임기 시작 48일 뒤 개최돼 당시까지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개원식에 참석했다. 22대 국회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96일 뒤에 겨우 개원식을 개최했다. 대통령의 불참 또한 흠이 됐다.

이에 대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나”며 “국회의장단이나 야당 지도부가 이런 상황을 뻔히 방치하면서 아무런 사전 조치도 취하지 않고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망신당하라고 한다”고 따져묻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2대 국회는 전체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데 한 달 가까이 걸렸고, 7·8월 두 달 동안은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와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채워졌다. 특히 필리버스터는 총 7회 진행됐다. 이 와중에 신기록도 수립됐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 통과를 반대하는 내용의 발언을 15시간 50분간 진행한 것.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도 “박수민 의원, 정말 수고 많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도 최장기록을 세웠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는 36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하루 넘겨 한나절을 더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셈이다. 22대 국회를 거부권의 연속으로도 볼 수 있는데, 총 6건의 거부권이 행사됐다.

이 때문에 여야 대표회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법안 강행 처리와 재표결, 폐기 그리고 재발의. 이런 ‘도돌이표’식 정쟁정치가 개미지옥처럼 무한 반복되는데 이런 악순환도 끊어내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국회의 올바른 모습에 대해 “태생적 구조상 여야 정쟁은 어차피 불가피하다”며 “그렇다면 투 트랙을 만들어 정쟁은 정쟁대로, 민생 법안은 민생 법안대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전 국회와 비교해 진일보한 국회를 만들 새로운 인물들의 성적은 어떨까? 총선기간동안 여야가 경쟁적으로 영입한 인재들의 100일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민주당은 27명의 영입인재 중 15명이 당선됐는데, 이들은 모두 136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명당 9건 꼴인데, 전문분야 관련 법안은 한 명당 6건(총 84건)이 안됐다. 가장 활발히 활동한 최다발의 의원은 김남희 의원이었다.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에서 활동하는 김 의원은 딥페이크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발 빠른 입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국토부 차관출신으로 ‘교통혁신 적임자’로 평가받던 손명수 의원은 관련 입법 활동이 전무했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민의힘 39명의 영입인재 중 10명이 당선됐는데, 이들의 대표 발의안 수는 총 88건이었다. 그중 61건이 전문분야 관련 법안이었다. 탈북민 출신 연구원 박충권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20개로 가장 많았다. 전 사격 선수이자 한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청년최고위원에 선출된 진종오 의원이 3건으로 가장 적었다.

이 평론가는 “여당의 경우 한동훈 대표가 친윤 쪽으로 쏠려 있는 의원들을 자신의 당 운영방향 쪽으로 포섭하던지, 아니면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반영해 당을 끌고 가던지 해야 한다. 일사불란이 필요하단 것”이라며 “야당은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민주당도 권력을 차지하면 이전 문재인 정권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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