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전통시장 가보니
“채솟값 올해만큼 오른적 없는 듯”
정부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
옆 진열대에서 개중 큰 무를 고르던 한봉연(70)씨는 “개당 3300원인 무를 오늘만 2980원에 판다고 해서 부랴부랴 왔다”며 “소고기뭇국과 깍두기용으로 사려고 하는데, 와보니 어제 판매되고 남은 무는 할인폭이 좀 더 있어서 지갑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5일 대전 월평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가 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강은선 기자 |
이날 배추 한 포기당 6480원에 판매한 이마트 둔산점에선 들여놓은 30포기가 1시간 만에 동났다. 채소담당 직원은 “추석을 앞두고 김치를 담그려는 분들이 싹쓸이해갔다”며 “배추는 요즘 오픈런해야 겨우 살 수 있다. 오늘 배추를 사간 분들은 모두 오픈런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추석을 열흘 앞뒀지만 의외로 한산했다. 확 뛴 물가에 채소와 과일 코너를 지나는 손님들은 가격을 보고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중앙시장에서 파는 무는 개당 3000∼4000원이다. 대형마트와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다. 신고배는 개당 7000원, 햇배는 5000원이었다. 머루포도 3㎏는 1만7000원이었다. 배추는 포기당 8000원 정도였다.
추석을 열흘 앞둔 5일 대전 둔산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강은선 기자 |
개당 7000원인 신고배 가격을 본 시민은 결국 빈 장바구니로 자리를 떴다. 사과와 배를 고르고 있던 한 손님은 “다음주면 물가는 더 오를 텐데 너무 비싼 가격에 헉 소리만 날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5일 대전 중앙시장에서 신고배가 개당 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볼멘소리를 내는 건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채소를 파는 한 상인(55)은 “중앙시장에서 20여년 장사했는데 채소값이 올해만큼 오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깎아달라고 하는데 높은 도매값에 들여와 깎아줄 수도 없다. 명절을 앞두고 걱정이 드는 건 처음”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이은 장마와 폭염 탓에 배추와 무, 시금치 등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표상 물가 상승률이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소매가격 체감도는 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가격은 100g당 소매가가 4110원으로 전년보다 50% 넘게 급등했다. 무 소매가격은 1개에 3718원으로 지난해보다 38.7%, 평년과 비교해 42.1% 비싸다. 배추소매가격의 경우 한 포기에 6455원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마트 등에선 2배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5일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서 손님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강은선 기자 |
추석 앞두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추석 연휴 시민들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9∼15일 전국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연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수산물을 산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1인당 농축산물 2만원, 수산물 2만원 한도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대전·세종=강은선·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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