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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역대 ‘최악 1위’ 휩쓴 올여름 날씨…특징 넷 ‘꼬리잡기’처럼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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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일 폭염이 계속된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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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기온 1위, 열대야 일수 1위, 시간당 강수량 1위, 해수면 온도 1위”



‘역대 최악’으로 불릴 올여름의 ‘1위’ 기록들이다. 올여름은 단지 ‘예년보다 더 더웠던 여름’이 아니라 높은 기온과 기나긴 열대야, 극한 호우 등 기후변화의 여러 특징들이 조합되어 나타난 여름이었다. 기후변화와 엘니뇨로 바다의 온도가 특히 뜨거웠던 상황에서 평년보다 발달한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더운 수증기를 몰고와 무더위를 심화시킨 결과다.





‘불면의 밤’, 열대야 일수는 평년 3배





5일 기상청은 ‘2024 여름철 기후특성’ 분석을 발표했다. 분석을 보면, 올여름(6∼8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전국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제주 4곳 제외한 결과)는 20.2일로 역대 1위였다. 평년(6.5일)보다 3.1배 많은 기록이다. ‘최악의 폭염’으로 불리는 2018년과 1994년의 16.5일을 뛰어넘었다. 제주는 열대야 일수가 56일로 거의 두 달간 이어졌고, 서울도 39일로 한 달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이어졌다. 그야말로 무더운 ‘열대의 밤’이었다. 6월 중순 이후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높은 습도 때문에 밤사이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 컸다. 이런 열대야는 8월 하순 늦여름까지 이어졌다.





평균기온 1위…유난한 8월 더위





기온도 1위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높은 기온으로 올여름 평균 기온이 25.6도를 기록했다. 2018년(25.3도)을 제치고 여름철 평균기온 역대 1위를 차지했다. 한낮의 기온도 만만치 않았다. 올여름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인 폭염 일수는 전국 평균 24일로, 2018년(31일)과 1994년(28.5일)에 이어 3위였다. 특히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8도 높게 나타나는 등 8월이 더웠다. 7월 하순부터 장기간 따뜻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을 덮어, 맑은 날과 강한 햇볕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비는 장마철, 좁은 지역에 ‘집중’





비는 ‘장마 기간’에, ‘좁은 영역에 강하게’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올여름 전체 강수량의 78.8%인 474.8㎜가 장마철인 6월19일부터 7월27일에 쏟아져 역대 가장 많은 ‘쏠림’ 현상을 보였다. 이 비율은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 자체도 평년(356.7㎜)보다 32.5% 더 많이 내렸다.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를 넘는 사례가 9개 지점에서 관측되는 등 강수는 지역적으로도 집중됐다. 지난 7월10일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시간당 146㎜의 비가 쏟아지며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무인기상관측장비 기록 기준)를 기록했다. 168가구가 거주하는 섬인 어청도에서는 이날 비로 주택 20여채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반면 장마철이 지난 뒤에는 고기압권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아, 7월 이후 강수는 적은 편이었다.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새 1위





이번 여름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중 1위를 기록했다. 평균(22.8도)보다 1.1도 높았다. 특히 서해의 해수면 온도, 8월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도 많아져 우리나라에 뜨겁고 습한 수증기의 유입이 많아진다. 이는 곧 고온 현상과 열대야 현상의 지속으로 이어진다. 결국 올여름 두드러지게 나타난 네 가지 특징은 전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올여름 기후 특성은 발달한 고기압과 높은 해수면 온도와 연관이 있다. 올여름은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대류가 활발해졌다. 이에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쪽으로 확장하는 경향을 보였고,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됐다. 수증기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대기 중에 머물며 장시간 고온의 열을 머금는다. 덕분에 태양빛이 없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는 ‘복사냉각’ 효과가 일어나기 어려워졌다. 이 상황에서 7월 하순부터 인도 북서부 쪽에서 확장한 티베트고기압까지 합세해 한반도 상공에 2개의 고기압이 동시에 머물게 됐다. 맑은 날이 이어지고 태양 복사열이 누적되며 무더위가 이어졌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 교수는 “여름철 폭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고기압의 강화인데 올해의 경우 서태평양쪽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서해 지역 해수면 온도 역시 덩달아 높아 북태평양고기압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에 뜨거운 수증기를 불어넣게 했다. 열대야와 폭염의 여러 요소들을 갖췄던 것”이라 짚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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