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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 박 대표는 정말 믿고서 이 황당한 내용 주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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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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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독도마저 내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자위대 한반도 진주’ 언급이 나올 때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쳤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자위대 군홧발’을 거론하며 일본 군사력이 한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정치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세상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데도 선이 있고 정도가 있다. 민주당이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을 펴고 있는 것은 그 선을 넘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그런 선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실소까지 나오게 하는 주장을 국회 대표 연설에서 했다. 올 초 미국 조사 기관이 발표한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다. 일본은 7위였다. 국제 군사 전문기관 평가에서 한국 군사력은 언제나 일본을 앞서고 있다. 수십 년간의 피눈물 나는 무기 개발과 실전 운용 능력이 축적돼 이제는 유럽 군사 강국을 능가하는 첨단 무기 제조국이 됐다. 세계 5위의 실질적 군사 강국이 앉아서 외국에 국토를 점령당한다는 것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만에 하나 일본 군함이 독도 영해를 넘어 접근하면 우리 해군 공군의 대함 미사일과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모두 수장될 수밖에 없다. 일본 자위대는 한국 땅에 상륙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일본엔 상륙할 군대 자체가 없다.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육상 자위대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우리 육군 해병대에 비하면 유명무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육상 전력은 서로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민주당과 박 대표가 양국 군사력의 이런 현실에 대해 정확히 모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본 자위대가 독도를 점령하고 한국에 상륙한다는 따위의 상상이 만화 같은 얘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일본에 우리 국토를 내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정권 경쟁을 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정부가 외국에 영토를 그냥 내주려 한다는 주장은 혹세무민일 뿐이다. ‘민주당이 북한이나 중국에 우리 영토를 내줄 우려가 있다’고 하면 민주당은 뭐라고 하겠나.

수십 년 전이라면 민주당의 이런 주장은 먹힐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 수출액도 올해 한국이 일본을 앞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러 면에서 일본을 앞서 나가는 나라가 됐다. 그런 나라의 정치인이 마치 100년 전 약소국 국민이 된 듯한 언행을 하는 것을 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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