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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남편이 아내 약먹이고, 72명에 성폭행시켜…佛 여성 “공개재판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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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마잔의 자택에서 아내에게 10년 가까이 약을 먹이고 낯선 사람을 불러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 도미니크 펠리코(오른쪽)가 아비뇽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을 담은 법정 스케치. 이 사건에는 51명의 공동 피고인이 연루되어 있다. 아비뇽 AFP 연합뉴스


남편으로부터 10년 가까이 약물에 농락당해 모르는 남성 수십명에게 성폭행당한 프랑스 여성이 공개 재판을 요구했다.

AF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성폭행 피해 여성인 지젤 펠리코(72)가 2일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피고인들에 대한 첫 심리에서 공개 재판을 열어달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아내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지젤을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프랑스 국영 전력 회사 EDF의 전직 직원인 펠리코가 아내를 피해자로 만든 성폭행 사건에서 경찰은 총 72명이 저지른 92건의 강간 사건을 파악했고, 성폭행범 가운데 51명의 신원을 확보했다.

성폭행범들의 나이는 26~74살 사이며 직업은 지게차 운전사, 소방대원, 회사 사장, 기자 등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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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마잔의 자택에서 10년 가까이 아내에게 약을 먹이고 낯선 사람을 불러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 도미니크 펠리코(오른쪽)와 공동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 아비뇽 AFP 연합뉴스


10년간 아내가 강간 범죄의 피해자가 되게끔 한 남편 펠리코의 엽기적인 행각은 그가 2020년 쇼핑센터에서 여성 세 명의 치마 밑을 비밀리에 촬영하는 것이 경비원에게 적발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펠리코의 컴퓨터에서 아내 지젤의 사진과 동영상 수백개를 발견했는데, 동영상 속의 지젤은 의식이 없었으며 태아와 같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었다.

경찰은 또 폐쇄된 ‘코코(coco.fr)’란 사이트에서 펠리코가 낯선 남성들에게 아내와 성관계를 갖도록 주선하는 채팅을 발견했다.

펠리코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에게 강력한 진정제인 테미스타를 투약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아내 성폭행에 함께 가담해 이를 촬영했으며, 모욕적인 말을 하며 성폭행범들을 북돋웠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

성폭행범들은 미혼이거나 기혼자, 이혼한 사람 등이 모두 섞여 있었다. 대부분은 단 한 차례만 범행을 저질렀지만 최대 6번 성폭행을 한 남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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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아비뇽의 자택에서 10년 가까이 아내에게 약을 먹이고 낯선 사람을 불러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한 남성의 재판이 열리는 동안 시위대가 법원 밖에서 연막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비뇽 AFP 연합뉴스


성폭행범들은 “방탕한 부부가 그들의 환상을 실현하도록 돕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변명했지만, 남편 펠리코는 경찰에 그의 아내가 약물이 투여된 상태였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피해자인 지젤은 너무 심하게 약물을 맞아 이런 범행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9살 때 남자 간호사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펠리코는 1991년 살인과 강간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를 부인하고 있다. 1999년에도 강간 사건을 저질렀다.

남편 펠리코의 제안에 응해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 51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져 이날부터 심리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대중의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며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재판을 비공개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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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10년 가까이 약물을 투여하고 낯선 사람을 불러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의 재판에 피해자인 지젤 펠리코(왼쪽)와 아들 데이비드(가운데)가 출석하고 있다. 아비뇽 AFP 연합뉴스


피고인들의 변호인들도 “의뢰인의 사생활 보호와 존엄성을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젤은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들의 변호인으로부터 ‘존엄성’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참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지젤의 변호사는 “내 의뢰인은 재판이 공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가 겪은 일의 실체가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길 원한다”며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자녀와 함께 법원에 출석한 지젤은 휴정 시간에도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인이 드나드는 정문을 이용했다.

지젤은 변호사에게 “사람들이 내가 숨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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