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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 노린 민주당의 '계엄 썰'… 근거 못대고 코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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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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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일각에서 군불을 때던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을 거쳐 공식화되면서 파문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렇다 할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코너에 몰리자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빌드업'을 하려다가 역공을 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계엄령 준비설'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2022년 5월부터 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원외 인사였던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그해 11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윤석열 퇴진 집회가 계속되는 '내부 불안정'에 북한의 영토 도발이 이뤄지면 계엄령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대북 기조가 강경해지고, 사태를 방임하는 것을 보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라며 "따로 제보나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계엄령 준비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12일 김용현 후보자 지명 직후였다. '재명이네 마을' 등 민주당 강성 지지층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언급되던 '단골 음모론'을 당시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 후보가 직접 꺼내든 것이다. 이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같은 강성 발언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결국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계엄령 준비설'은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기보다 군 주요 보직에 '충암고 라인'이 구축되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수준이었다.

이 같은 시각이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수준으로 확대된 건 전당대회 직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다가오면서부터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직접 '계엄령 준비설'을 언급하며 논란은 크게 번졌다.

대표회담 이튿날인 2일에는 민주당의 전략기획위원장, 수석대변인 등이 직접 나서 "관련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민주당이 제시한 근거는 군 정보라인의 '충암고 출신 중용' 정황, 박근혜 정부의 계엄령 시행 시나리오뿐이다. 이런 가운데 강성 지지층 커뮤니티에서는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날(10월 1일)에 군이 시민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까지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일 거센 비판을 내놓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그제 이재명 대표가 계엄령 선동 발언을 던지자 어제는 여러 민주당 국회의원이 일제히 거들며 선동에 가담했는데 한 명도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며 "근거도 없고 현실성도 없고, 오로지 상상에 기반한 괴담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그 정도 의심도 못하느냐고 주장한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용현 후보자는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은 분이다. 계엄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이라며 "야당은 그런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왜 못하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수없이 얘기했다"며 "반국가 세력의 증거가 있느냐. 한번 대답해보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으로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자극적인 주장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진보 성향 단체들과 일부 야권 정치인들은 광우병, 천안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 등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정권심판론을 확산시키려고 시도했다. 이 대표도 지난해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며 단식 투쟁까지 하며 야권 결속을 주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를 지배하고 있는 정당의 대표가 제보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언론도 제보가 들어오면 크로스 체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보도한다. 언론보다 더 신뢰가 중요한 공당에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제보를 받았다며 계엄령을 언급하면 그 당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위지혜 기자 / 구정근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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