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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이슈 취업과 일자리

"로봇에 일자리 다 빼앗길라" 머리띠 조이는 美항만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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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항만노조가 '자동화 설비 도입'에 반대하며 오는 10월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동부 일대 항만 근로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오는 10월 1일부터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LA가 파업하게 되면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ILA는 미국 동부 해안과 남부 멕시코만 일대 14개 항구에서 근로자 4만7000여 명이 가입한 노조로 미 서부해안노조(ILWU)와 함께 미국 양대 항만노조로 꼽힌다. ILA는 노조원을 고용한 사업장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계약인 '마스터 계약'을 2018년 9월 고용주 단체인 미국해운연합(USMX)과 체결했다. 기존 계약은 오는 30일 만료된다.

올해 2월부터 ILA와 USMX 간에 협상이 시작됐지만 노조가 지역별로 협상할 수 있도록 설정한 마스터 계약 기한인 5월 17일은 별다른 성과 없이 넘겼다. 지난 6월에는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앨라배마주에서 근로자 없이도 화물차에 실린 컨테이너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자동 제어 관문'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협상을 중단했다. 해럴드 대깃 ILA 회장은 USMX와 협상하는 자리에서 "내가 살아 있는 한 항만 자동화 설비가 ILA 노조원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ILA가 USMX와 맺은 기존 마스터 계약에 따르면 인간 근로자가 개입하는 항만 자동화 설비 도입은 허용하지만 인간과 어떠한 상호작용도 없는 완전 자동화 항만 설비 적용은 금지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와 별개로 ILA 지도부는 오는 4~5일 파업위원회를 설치해 USMX에 제시한 임금 인상 조건을 검토한 뒤 최종 계약 요구사항을 협상 대표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현재 ILA 근로자들은 시간당 39달러를 받고 있으며 각종 초과근무나 야간 근로수당을 더하면 연간 10만~20만달러를 벌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핼러윈·성탄절 연휴 등 미국의 연말 대목이 집중된 올 4분기에 항만노조 파업으로 배송이 지연되거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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