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2020년 1월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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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팀장을 지낸 서지현 전 검사가 “‘(집게) 손가락’에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사과하고 난리가 나지만 만연한 성폭력에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국가의 선택적 대응을 비판했다.
서 전 검사는 2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2021년 국방부와 행정안전부는 일각에서 남성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했다고 주장하는 ‘집게손’ 모양이 그려져있다는 일부 누리꾼의 항의에 사과하고 즉시 해당 이미지를 수정한 바 있다.
서 전 검사는 “집, 학교, 직장, 군대 등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만연한 성폭력과 피해자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와 고통에는 국가가 어떤 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며 “국가가, 경찰이, 법원이 계속 성범죄를 저지르라고, 그래도 아무 일 없다고 조장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이 정도면 국가가 공범”이라고 덧붙였다.
서 전 검사는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 팀장을 맡아 디지털 성범죄 대응체계를 고민해왔다. 당시 “디지털 성범죄 지옥문이 이미 열렸다”고 경고하며 국가 차원의 대책을 여러 차례 촉구했었다.
서 전 검사는 이날도 “친밀한 사람과의 사랑과 신뢰가 깨진 곳, 그게 지옥”이라며 “학급 친구나 가족들로부터 이런(딥페이크) 범죄를 당하고 있다면 이게 바로 지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남(20대 남성)’ 표를 의식한 정치가 만연한 성폭력 범죄를 도외시해왔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성폭력 문제는 젠더 문제도 정치 문제도 아니고 그저 범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라는 것일 뿐인데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소위 ‘이대남’ 표 떨어진다고 외면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범죄자가 아닌 어떤 남성들이 성범죄자 처벌하는 것을 반대하겠느냐, 도대체 누가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 건지 정말 묻고 싶다”고 했다.
서 전 검사는 “지금이라도 국가와 정치인들은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갈라치기하고 여성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을 멈추고 앞장서서 성범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전 검사의 지적대로, 최근 일부 정치인들은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지난달 27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급발진 젠더팔이, 그만할 때도 됐다’는 제목의 글에서 서 전 검사 등이 요구하는 ‘텔레그램 일시 차단’ 대책을 언급하며 “‘국가재난’ ‘텔레그램 국내 차단’까지 운운하는 호들갑에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지난달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불법합성물 집단 성범죄의) 위협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며 “(언론이 추정한) 22만명은 한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를 합친 규모”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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