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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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최근 출간한 책에서 “임기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로부터 공수처의 사건 선정, 수사나 기소 업무 관련해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이른바 ‘정권비호’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전 처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초대 공수처장으로 자신이 보낸 3년에 대해 “무겁고 힘든 자리였다”라고 토로했다. 김 전 처장이 지난 1월 퇴임 이후 공개적으로 소회를 밝힌 건 처음이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처장은 최근 출간한 책 <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전·현직 대통령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는 정권에 민감한 사건을 수사해오면서 청와대 혹은 대통령실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외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초대 공수처장이 직접 부인한 것이다. 김 전 처장은 “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에 유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재임기간 3년 동안 대통령, 나아가 대통령실과 어떠한 핫라인(직통 전화)를 구축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생기기 전부터 공수처가 정권 비호처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아는 한 임기 중에 그런 사건은 없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중략) 초대 공수처는 그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하고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수처 구조의 한계도 직접 언급했다. 공수처는 독립 수사기관이지만 독립청사 없이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다. 김 전 처장은 “공수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사람들은 피의자 신분이거나 참고인 신분이거나와 관계없이 정부청사 안내동에서 신분확인 절차상 본인의 신분증 맡기고 출입증 받아서 출입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신분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런 점 때문에 수사의 밀행성이나 수사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소환해도 잘 안 나오려는 경향도 있다”며 “이 때문에 공수처에서 관용차량을 보내면 탑승해서 오겠다는 분들도 꽤 있는데 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도 했다. 2021년 3월 무렵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국회의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았을 당시 공수처가 관용차를 제공해 특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공수처의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두고는 “수단이나 자원을 보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쪽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공수처의 인력부족 문제와 법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말이다. 아울러 수사대상 범죄가 제한되어 수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전 처장은 “꽤 많은 범죄가 입법 과정에서 빠졌다”며 “공수처 설립 이후 고위 공직자의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안들이 계속 문제시 되고 있는데 이런 범죄도 공수처 관할 범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김 전 처장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거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 등으로 10년 가량 재직하다 2021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초대 공수처장을 지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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