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캠프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 여러 채가 파괴된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잔해 아래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칸유니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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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가자지구에서의 열악한 원조 제공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처우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일부를 중지하기로 했다고 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 중 일부 무기 판매를 최초로 중단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날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영국이 350개 무기 수출 품목 중 30여개에 대한 수출을 즉시 중단할 계획을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래미 장관은 의회에서 “영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과 관련해,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이를 조장할 명백한 위험이 있다는 것 외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래미 장관은 “우리는 물론 이스라엘이 안보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방법, 특히 민간인 사상자와 민간 기반시설 파괴에 대한 보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지난 7월 영국에서 노동당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뒤 래미 장관은 이스라엘의 국제인도법 준수 여부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요구했다. 그 결과 인도주의적 원조를 위한 접근과 제공, 팔레스타인 수감자 처우 부문과 관련해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수출이 중단될 무기 품목엔 전투기와 헬리콥터, 무인기(드론) 등의 군용 항공기 부품이 포함된다. 래미 장관은 이번 조처가 “현재 가자지구 분쟁에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정부는 에프(F)-35 제트기의 영국산 부품은 다국적 프로그램 부품으로, 영국이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 수출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전체 무기 수입 분량에서 영국산 무기는 1%에 불과하지만 이번 결정은 정치적 함의가 크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멈추라는 압박을 받아 왔던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갔던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뒤 70만명이 휴전을 촉구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이스라엘에 서방 동맹으로서 가하는 압력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또 지난 7월 노동당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이후 영국의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정책도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취임 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반대하며 낸 이의신청도 철회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번 결정이 하마스와 이란의 후원자들에게 “매우 문제 있는 메시지를 보낸다”며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라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4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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