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넓은 책상에 "멱살도 못잡겠네"…韓, '文수사'에 "저도 그 입장이었다"
공식회담 종료 뒤 양당 대표 40분 독대…대화 내용 묻자 "그걸 말해주면 어떡해"
당초 110분을 계획한 회담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이 넘는 183분 동안 진행됐다.
애초 의제에는 없었지만,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가 대화 주제에 오르면서 날 선 발언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도 꼽히는 두 대표는 회담 도중 40분간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이재명 대표 '발언을 마치고' |
◇ 모두발언 韓 13분·李 19분…사법리스크·채상병특검으로 견제구
이날 회담은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을 각 7분에서 10분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상대방을 향한 강도 높은 '압박성 발언'을 예고했다. 실제 발언 시간은 이보다 더 길었다. 한 대표가 13분, 이 대표가 19분 동안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모두발언을 통해 각자 자신이 중점을 두는 민생·정치 의제를 부각하는 한편 서로를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 대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꺼내 들었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며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는 전 국민을 상대로 '제삼자 특검'을 하자고 공언했다. 그 진심이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증거 조작 의혹도 특검하자고 했던데 수용하겠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면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발의 시점을 늦추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독재'라는 단어를 두차례 사용하며 정부·여당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독도나 교과서 문제, 일제 침략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적 주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대표 회담 |
◇ 李, 넓은 책상에 "멱살도 못잡겠네"…韓, '文수사'에 "저도 그 입장이었다"
모두발언 이후 별도의 회담장에 들어선 이 대표는 한 대표와 마주 앉은 책상 간 간격이 너무 넓다며 "이거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 이래 가지고는"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두 사람은 비공개 회담에서 특검법과 25만원 지원법, 검찰의 야권 인사 수사 등을 놓고 날 선 발언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배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제삼자 특검을 민주당이 수용한다니 피하는 것이냐"고 압박했고, 한 대표는 이에 "그렇다면 민주당은 기존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기존 법안을 철회하겠느냐는 한 대표 질문에 이 대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한 대표는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안에 대해 당내 수용 의견이 있다.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언급하며 "법원 판결이 불리하다고 해서 검사를 탄핵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공격하는 취지의 언급 아니냐"며 다소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곽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또 이 대표는 국회의원 면책 특권 제한 등 특권 폐지와 관련해 "지금은 검찰독재 상황이라 방어권 차원에서 (면책 특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데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에 대해 재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표는 전 정권 수사에 대해 딱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에는 제가 그 입장이었습니다'라고 했다"며 "본인이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검사로서 적폐청산 수사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도 곤란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공식 회담이 종료된 뒤 양당 관계자들이 발표문을 정리하는 동안 40여분간 독대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독대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걸 말해주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다음에 또 언제 만나기로 했느냐'는 물음에는 "글쎄요. 필요할 때 봐야겠죠"라고 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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