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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원전 슈퍼사이클 체력 절실"…밥캣 떼어내려는 두산 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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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여론에 '로보틱스·밥캣' 주식교환 합병 철회…밥캣 신사업 확대 제동

"원전 투자는 꼭"…밥캣 부채 7000억 털고 설비투자 확대 계획

뉴스1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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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려는 배경에는 글로벌 원자력 발전소 시장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을 앞두고 '투자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두산밥캣의 막대한 부채를 털어내고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해 원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454910)와 두산밥캣(241560)은 지난달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지만, 금융당국과 소액주주 반대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당초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두산밥캣의 신사업 확대와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 아래 손자회사 두산밥캣이 그대로 남게 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면 대상 기업의 지분을 무조건 100% 사들여야 한다. 인공지능(AI)·무인화 기술기업 M&A를 계획하고 있던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 흡수합병해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플랜 B'를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영위하는 소형장비 산업은 건설·조경·농업·물류 등 전방위에서 AI 기반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이라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두산밥캣이 (손자회사의) 제약에서 벗어나야 했는데 (합병이 철회된 것은) 뼈아픈 결과"라고 했다.

두산그룹이 '로보틱스·밥캣 흡수합병'은 포기하면서도 여전히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떠나보내려는 것은 원전 투자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주식담보대출(차입금)은 약 7200억 원 규모로, 이 부채 때문에 원전 투자 여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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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대우건설 제공) 2024.7.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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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인 원전 시장은 AI 시대 도래에 따른 글로벌 전력 수요 폭증과 맞물려 슈퍼사이클링 초입에 들어선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전 규모가 현재 396기가와트(GW)에서 2050년 91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만 104기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체코 원전 1기를 포함해 총 3기의 원전을 수주할 것이라고 봤던 5개년 사업계획을 급수정한 상태다. 당장 체코에서만 4기(우선협상 2기·추가 2기)의 원전이 수주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폴란드·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유럽·중동의 추가 원전 수주가 대두하면서 향후 5년간 총 10기 내외의 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선 신규 원전 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설비투자(CAPEX·캐팩스)가 시급하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차입금 7000억 원을 털고, 두산큐벡스·분당리츠 등 비영업용 자산을 ㈜두산에 매각해 현금 5000억 원을 마련해 총 1조 2000억 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로드맵을 짰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AI·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소형모듈원전(SMR) 물량이 급증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캐파(CAPA)를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5년간 대형원전 20기(연 4기), SMR 100기(연 20기) 규모의 생산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기 위해서는 두산밥캣 매각에 따른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현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하는 것에 대한 주주 반대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변수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리포트에서 해당 리스크를 언급하며 "임시 주주총회 안건이 부결되면 전체 지배구조 재편이 무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적극적인 주주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지난달 4일 주주서한에서 "원전 신기술 확보 및 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과 추가 차입 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밥캣 분할로 배당수익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원전 사업으로) 훨씬 더 큰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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