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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헌법 위에 촉법 있나'…딥페이크가 불붙인 촉법소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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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범죄 입건 70% 10대
법무부도 14→13세 개정 추진
"무작정 하향은 입법 취지에 반해"


더팩트

여성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 불이 붙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이용한 허위합성물(딥페이크) 피해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학생·교원들의 불안감 해소와 보호를 위해 피해 현황 조사 및 긴급 전담조직(TF)을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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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장혜승·김시형 기자] 여성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 불이 붙었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가해자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파악되는 등 해마다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1일 경찰청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딥페이크 범죄 현황'에 따르면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는 2021년 51명, 2022년 52명, 2023년 91명, 올해 1~7월 131명으로 4년 새 약 2.5배 늘었다. 최근 4년간 딥페이크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들 중 70.5%에 해당하는 325명이 10대인 것이다. 딥페이크뿐만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촉법소년은 1만9654명으로 2019년 8615명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행법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 청소년은 연령별로 크게 세 가지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소년법상의 보호 처분을 받는다.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법원의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다. 10세 미만은 형사처벌과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아 입건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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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 불이 붙었다.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엄마들의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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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연령대가 가파르게 낮아지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죄를 지어도 그냥 내버려두고 방치한다면 그 아이들이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촉법소년들이 신고당해서 경찰이 와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더라, 대한민국 헌법 위에 촉법이 있다고 느꼈다', '죄를 짓고도 죄값을 받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누가 보상하느냐' 등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22년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형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보호 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상당인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13세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는 학제도 논거로 제시했다.

법조계와 학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되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강제 규정에만 얽매이면 안된다"며 "처벌하지 않는 보호 처분이 원칙이지만 '범죄행위의 정도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딥페이크 문제가 심각하지만 다른 범죄와 비교해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라며 "우리 법은 청소년들에게 비교적 관용적으로 대하고 있기도 하고 획일적인 연령 하향을 섣부르게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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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 불이 붙었다.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엄마들의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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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보다 범죄 예방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촉법소년 연령을 무작정 낮추자는 건 판단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교화적 측면을 강조하는 촉법소년 취지 자체에 반하는 것"이라며 "어릴 때 한번 범죄를 저질렀다고 바로 처벌하면 오히려 낙인 때문에 소년을 비뚤어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전교육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이 먼저가 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엄벌 위주의 처벌이 다가 아니라고 본다"며 "처벌만 강조하는 건 오히려 정부의 방임을 종용하고 면죄부만 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이번 딥페이크 사건은 촉법소년 대부분이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벌인 일로 보인다"며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서 범행을 했다기보단 윤리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난치듯 범행해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더 치명적인 만큼 관련 교육 강화가 더 절실해 보인다"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를 공식화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학교 딥페이크 대응 브리핑에서 딥페이크 가해자가 촉법소년이어서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을 두고 "이번이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인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입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입법에 앞장선 바 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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