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5 (일)

연예인·미성년자 이어 교사·군인까지··· '딥페이크' 논란 확산 [폴리스라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올해 학생·교사 딥페이크 피해 200건 육박해

단속 칼 빼든 정부···'지인능욕방' 운영자 잇단 검거

방심위, 프랑스 수사당국에 공조 요청·협의체 구축

사진 무단 도용 우려에 'SNS 포비아' 확산도

입장 검증 더 철저해져···"잠입 경찰·기자 찾아라"

'너가' 기사쓰면 '내가' 죄인 되겠다? ···기묘한 협박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주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딥페이크 사태’입니다. 과거 연예인이나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딥페이크 합성 음란물' 제작이 일반인, 심지어 중·고등학생 등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실이 밝혀지며 SNS에 개인 사진을 올리는 일조차 꺼리는 ‘SNS 포비아'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포가 커지며 경찰을 비롯해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국회 등은 각종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최근 딥페이크와 관련돼 이뤄진 수사 상황과 함께 어떠한 논의가 진행돼 왔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중·고·대학교별 ‘딥페이크방’ 성행…전국 딥페이크맵까지 등장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인하대를 비롯해 일부 학교에서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시작됐다. 19일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운영자 A씨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대화방과 비슷한 텔레그램 대화방이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화돼 무수히 많이 개설됐으며 대화방마다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특히 확인된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방에서는 일반인 사진을 캡쳐한 뒤 '봇 프로그램'을 활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것은 물론 직접 여학생의 신체를 찍은 교내 불법촬영물까지 공유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딥페이크 피해가 발생한 학교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 기재된 500여 개교의 위치를 표시한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 사이트에는 300만 명 이상이 접속하는 등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 대한 가해자들의 사이버 공격도 발생했다. 30일 ‘딥페이크맵’을 운영하는 ‘데이터스택’은 "현재 대용량의 국내망 디도스로 인해 망이 불안정하여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도메인 상위 기관에서 딥페이크 지도 사이트가 스팸 사이트로 신고가 들어와서 일시 차단됐다”고 알렸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28일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학생·교원 딥페이크 피해 건수가 총 19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 피해자 가운데 중학생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29일 ‘딥페이크’ 관련 긴급 점검 및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딥페이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학교 구성원이 5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전국 유치원과 특수학교 및 초중고교에 다니는 교사와 학생, 교직원 등 249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20.7%에 해당하는 517명(교사 204명·학생 304명·교직원 9명)이 딥페이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답했으며 자신의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이 만들어진 것을 본인이 확인한 '직접 피해자'는 29명(교사 16명·학생 13명)에 달했다.

이후 지난 3년간(2021~2023년) 경찰청 자료 분석 결과 경찰 수사가 진행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총 527명 중 59.8%(315명)가 10대였다는 사실까지 확인되며 딥페이크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허위영상물 피해 미성년자는 2021년 53명에서 2022년 81명, 2023년 181명으로 2년 만에 3.4배가 됐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교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한편, 다음 달 관계부처 대책 회의 등을 거쳐 10월 중 교육 분야 딥페이크 대응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0일 제42차 함께차담회를 열고 초·중·고등학교장과 만나 딥페이크 피해 대응 등 교육현안을 논의했다.



전국 경찰 ‘딥페이크 범죄’ 비상···줄줄이 관련 수사 착수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은 28일부터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경찰청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집중 대응 TF'는 30일 텔레그램 '지인 능욕방' 개설·운영자 20대 남성 B씨를 지난 22일 긴급체포해 이날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B씨는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텔레그램에 '지인 능욕방' 채널을 개설해 참여자들로부터 지인의 얼굴 사진과 이름·나이 등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최소 246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279개의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서울경찰청은 초·중·고 학생과 교사가 피해자인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신고를 10건 이상 접수하고 14세 이상 청소년 10명을 각 사건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개된 여성의 사진을 합성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피의자 2명을 각각 추적하고 있다.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 역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1건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이 발생해 4명이 불구속 송치됐다고 30일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내년 3월 31일까지 7개월간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성 착취물 범죄 집중 단속과 병행해 '허위 영상물 범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경찰은 향후 수사 인력과 조직을 강화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응하고, 위장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 서버라 못 잡는다?’···방심위, 프랑스 당국에 공조 요청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외국 서버에 기반한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며 해외와의 공조도 추진되고 있다.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를 수사 중인 프랑스 당국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대응과 관련해 긴급 공조 요청을 보냈다고 밝혔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달 24일 텔레그램 CEO인 파벨 두로프를 지난 24일 체포하고 구금했다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방심위는 프랑스 수사당국과 디지털성범죄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통해 공조요청이 가능해졌다며 “류희림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텔레그램과의 직접 소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줄 것과, 향후 텔레그램 문제에 관련된 상시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긴급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른 해외 유관기관 및 국제기구들에 대해서도 함께 연대해서 협의체 구축에 나서줄 것을 제안하는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일제히 보냈다. 현재 방심위가 텔레그램 관련 협의체 구축을 위해 접촉하고 있는 기관은 유네스코, 인호프(INHOPE) 등 국제기구와 호주 온라인안전국, 프랑스 Point de Contact, 대만 국가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30여 개에 이른다.

아울러 서울시와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이트가 방심위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신고' 페이지와 일제히 연계를 시작하는 등 각종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종합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정부, '딥페이크 소지·구입·시청 시 처벌' 입법 추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소지·구입·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딥페이크물 제작·유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30일 국무조정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을 위한 첫 번째 범정부 대책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법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위장 수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성폭력처벌특례법 등 추가로 필요한 법률안도 검토됐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상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이 쉽게 제작·유통·확산하는 것을 막고, 불법 영상물이 신속히 삭제될 수 있도록 딥페이크 탐지 기술의 조속한 추가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에 대한 처벌 규정과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법안들이 신속하게 제·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문가 등 민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오는 10월까지 범정부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치심 아닌 분노·환멸 느낀다”···'능욕' 대상은 가해자 본인의 존엄성뿐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공분도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여성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를 규탄하고 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사와 시위도 줄줄이 열리고 있다.

서울여성회 등 여성단체와 서울지역 대학 인권 동아리들은 29일 오후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느 누구도 우리를 감히 '능욕'할 수 없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수치심이 아니라 분노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텔레그램 상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를 취재·보도하는 여성 기자들의 정보와 사진을 수집해 딥페이크물을 제작하겠다고 한 대화까지 드러나며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여성 기자를 겨냥한 딥페이크 성범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지인능욕방’에서는 최근 대화방 입장이 매우 까다로워지고 본인 지인의 사진 제출을 요구하는 등 잠입 수사·취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걸리는 즉시 합성물을 만들겠다’는 협박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여기자협회는 "즉각 수사에 착수하고, 증거를 은닉하고 숨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범죄자들을 신속히 검거하라"고 30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텔레그램 상 개설된 이른바 '기자 합성방'이 "여성 기자들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 여성 기자 C씨는 “본인 스스로가 성범죄자가 되겠다는 말을 타인에 대한 ‘협박’이나 ‘무기’처럼 여기는 논리가 의아하다”고 지적하고 “설령 합성물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기사 쓰기를 멈추는 여성 기자는 없을 것"이라며 되레 해당 대화방이 적극적인 취재 의지에 불씨를 당기고 있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