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제자와 연인관계”라던 국가대표 줄넘기 코치, 징역 5년 법정구속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오태환)는 2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줄넘기 코치 A(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피해자가 자필로 피해 내용을 적은 내용이다. /MBC

여중생 줄넘기 국가대표 제자를 1년 넘게 성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던 20대 코치가 범행 4년여 만에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오태환)는 2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줄넘기 코치 A(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 3년간 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부터 약 1년간 당시 16세였던 줄넘기 국가대표 선수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의 부모는 2021년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A씨를 고소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B양의 어머니는 청원글에서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꿋꿋이 꿈을 향해 달려 나가던 딸은 2021년 4월 줄넘기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다”며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가 갑자기 줄넘기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딸이 울면서 ‘엄마 저 코치에게 성폭행당했어요’라고 말했다”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딸과 함께 몇 시간을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줄넘기 국가대표 코치인 가해자는 친절하게 다가와 어린아이가 자신을 믿고 따르게 했다. 그리고는 몇 개월 만에 돌변해 딸을 성폭행했다”며 “그때 제 딸은 불과 중학교 2학년이었다. 코치는 시도 때도 없이 제 딸을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또 “가해자는 우리 아이와 본인이 연인관계나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은 거라고 한다”며 “중학교 2학년 아이와 연인관계였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 딸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줄넘기를 너무 좋아했던 것”이라며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불편한 시선들과 강력하게 거부하고 피할 수 있었는데 피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소문들이 우리에게는 2차, 3차 피해가 된다.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국가대표 줄넘기 코치 A(28)씨가 보낸 메시지 내용. /MBC

수사 결과 A씨는 코치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길들이기식 성범죄(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훈련 기간에도 B양을 지속해서 성폭행한 A씨는 B양이 거절하면 “내가 너를 예뻐하는 거다” “내가 호구로 보이냐” “뚱녀야”라며 폭언과 비하를 일삼았다고 한다. 또 “나중에 너한테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한테 여자친구가 생겨도 너는 나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지배당한 B양은 오히려 A씨에게 ‘미안하다’ ‘내 탓이다’ ‘내게 기회를 달라’면서 A씨의 압박에 짓눌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1년 9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듬해 4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당시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A씨는 1심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 내내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력에 의해 장기간 범행했다”고 판시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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