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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부천 호텔 화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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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이 25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화재 호텔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 호텔에서는 22일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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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태 | 전 강동대 소방안전과 교수



지난 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호텔 투숙객들 가운데 건물에 불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가 불을 끄고 도심의 소방대가 골든타임 안에 구조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소방대는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5분 뒤면 숨을 못 쉴 것 같다”며 애타게 구급대원을 기다리던 투숙객을 살려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서 법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스프링클러가 없는 호텔에선 이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가. 필자는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참사 등 크고 작은 화재와 구조현장을 경험했다. 소방학교에서 화재와 구조 전임교수로 활동하였으며 퇴직 후에는 대학에서 소방 관련 과목을 강의하였다.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프링클러는 수원(물), 펌프 기계실, 배관 등 제반 설비가 필요하다. 추가로 관련 시설을 설치하려면 리모델링 수준의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호텔 시설에 특화된 간이 스프링클러 시설을 설치하거나, 추가 시설 설치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 내에 설치가 어려우면 대피공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대피 시기를 놓치거나 실내에 갇히게 되면 물이 있는 샤워장이나 화장실이 대피공간이 된다. 그러나 화장실은 화염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화장실에 대한 대피성을 높이려면 외부로부터 열과 연기가 유입하지 못하도록 출입문을 강화하거나, 전실과 같은 차압(압력을 높여 외부 공기유입을 막는 설비) 시설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그 다음은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확대하여야 한다. 화재가 발생한 부천 호텔은 객실마다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완강기는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보다 안전한 피난 수단이다. 그러나 부천 호텔 화재에서 완강기를 사용하여 탈출한 투숙객은 없었다. 사상자 가운데 예비군이나 민방위 교육을 받았을 연령대가 있었으나 완강기 사용은 없었다.



완강기는 고정 지지대에 연결하여 릴을 창 밖으로 던지고 안전벨트를 매고 탈출하는 도구다. 정확한 사용법을 알지 못하면 사용하기가 어려운 피난 기구라 할 수 있다.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어도 사용 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해야만 사용 방법을 익히고 유사시 활용할 수 있다. 소화기와 소화전 사용법부터 대피 요령, 피난기구 사용법은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에 대한 안전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초보자라도 완강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장비의 개선도 고민해 봐야 한다. 안전벨트만 매고 바로 탈출할 수 있도록 완강기를 지지대에 고정 설치하거나, 연결 후크(갈고리)를 원터치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호텔 관계자는 투숙객을 안내할 때 대피 시설 및 소화·피난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매뉴얼화하여야 한다.



소방청의 화재 추세 분석을 살펴보면, 무관심과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에는 하루에 1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하였다. 부천 호텔과 유사한 화재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교훈을 얻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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