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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명암 엇갈린 가상자산 ETF… 비트코인 돈 들어오고, 이더리움 자금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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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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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반된 자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최근 연일 뭉칫돈이 몰린 반면, 지난달부터 거래가 시작된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27일 영국의 금융정보분석 플랫폼인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들어온 자금은 총 5억5300만달러(약 7366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출시 후 지금껏 차익 실현 매도가 쏟아지고 있는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자금이 유출됐지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상품에 자금이 들어오며 전체적으로 순유입이 지속됐다. 피델리티와 아크인베스트 등에서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도 최근 투자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초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유출된 투자 자금은 5억5400만달러(약 737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잦아들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곧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도 다시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가진 심포지엄에서 “통화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사실상 다음달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2억5200만달러(약 3361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최근 들어서도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뉴욕 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된 후 1개월이 지났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지난 15일부터 7거래일 동안 총 9900만달러(약 1321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그레이스케일 상품에서 2억달러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지만, 블랙록 등 다른 ETF 상품의 자금 유입 실적이 부진해 전체적으로 순유출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의 엇갈린 자금의 유입 흐름은 기초자산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8440만원을 기록, 지난달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지난달 초 480만원대에 거래됐던 이더리움은 361만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조선비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잭슨홀에서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후 비트코인 가격은 8500만원대로 상승했지만, 이더리움은 반등하지 못한 채 부진한 가격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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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융 시장에서 두 가상자산이 가진 위상과 인지도 차이가 ETF의 자금 유입 실적이 엇갈리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디지털 금(金)’으로써 대중에게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 등 시장 전체적인 호재가 나올 경우 가격에도 바로 반영이 된다. 반면 이더리움은 상대적으로 생소해 ETF 투자자들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의 ETF 분석가인 에릭 발추나스 연구원은 지난달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당시 인터뷰에서 “기록적인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던 비트코인 ETF와 달리 이더리움 ETF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비트코인과 달리 기술주의 성격이 강한 이더리움은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며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가격을 지탱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대체재가 존재한다는 점도 이더리움 현물 ETF가 저조한 자금 유입 성적을 보인 이유로 꼽힌다. 최근 반에크 등 미국의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솔라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들은 변동성이 크고,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이해하기도 어렵다”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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