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4 (토)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부천 화재’ 재발 막으려면… 당장 실외기부터 확인하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에어컨 화재 5년간 급증, 예방법은

지난 22일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에어컨이 지목되면서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연이은 폭염으로 사실상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 종일 틀어놓는데 괜히 불안하다’ ‘날이 더워 에어컨을 끌 수도 없는데 어쩌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우리도 방마다 에어컨을 풀로 돌리는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소방과 경찰은 이번 화재가 객실 안 벽걸이형 에어컨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누전 등 전기적인 이유로 발생한 불똥이 근처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등에 튀면서 불이 번졌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총 1265건이었다. 화재로 숨진 사람은 10명, 다친 사람은 92명이었다. 에어컨 화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223건에서 293건으로 70건(31%) 늘어났다. 소방 관계자는 “갈수록 여름 날씨가 무더워 에어컨 화재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화재 원인을 살펴보면 합선·누전 등 전기적 요인이 986건(7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 중에서는 전선이 서로 달라붙어 합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합선이 되면 과도한 전류가 흘러 열이 발생하고 화재로 이어진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에어컨 화재 예방 “실외기부터 확인”

안전 전문가들은 “에어컨 화재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당장 실외기부터 확인하라”고 했다. 실외기는 에어컨과 연결된 장비로, 실내의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주로 실외기실이나 건물 밖에 설치한다. 설치 후 방치되는 경우가 흔해 합선·누전 등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에어컨 화재 10건 중 6~7건은 실외기에서 발생했다. 실외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증가하면서 최근 실외기가 과열될 경우 경보 메시지를 보내주는 에어컨도 출시됐다.

실외기실에 실외기를 설치했다면 실외기실 창을 꼭 열어두어야 한다. 여름철 밀폐된 곳에서 실외기를 가동하면 금새 40~50도 이상으로 과열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 실외기에서 불이 나 주민 1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당시 실외기실 창이 닫혀 있었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실외기실 내부에 물건을 쌓아두고 창고처럼 쓰는 집이 많은데 실외기 과열의 원인이 된다”며 “실외기는 벽 등 주변으로부터 10㎝ 이상 간격을 두고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소방대원 에어매트 훈련 - 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119안전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에어매트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은 사다리차에서 마네킹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지난 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다 사망하면서 에어매트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실외기를 청소해야 한다. 실외기 안에 낀 먼지 등 이물질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이 2020년 먼지가 잔뜩 낀 실외기를 ‘풀가동’ 하는 실험을 했는데 3분 만에 스파크가 발생하며 불길이 치솟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선에 먼지가 쌓이면 사람이 이불을 덮은 것처럼 열이 축적돼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물로 실외기 곳곳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외기를 건물 밖이나 길에 설치한 경우 덮개를 씌워 담배꽁초나 새똥 등 이물질을 막는 게 안전하다. 소방 관계자는 “행인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실외기 안에 들어가 불이 난 사례가 있다”며 “이물질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에어컨 재설치는 전기 전문가에게

전문가들은 이사해서 에어컨을 다시 설치하거나 중고 에어컨을 구입해 설치할 경우 반드시 전기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기도의 한 설비업체 관계자는 “실내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기선을 잘못 이으면 합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일반 전기선처럼 ‘쥐꼬리 연결’ 방식으로 연결하면 안된다”고 했다. 쥐꼬리 연결 방식은 끊어진 전선의 양쪽 끝 부분을 꼬아서 연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쉬운 방법이지만 전선이 달라붙어 과열이 발생하기 쉽다. 전기 전문가들은 요즘 전기선을 연결할 때 과열을 방지하는 안전 커넥터를 쓰기도 한다.

에어컨은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가전제품이다. 그래서 멀티탭에 연결하기보다 별도 콘센트에 꽂아 쓰는 게 안전하다. 에어컨을 멀티탭에 연결해 쓰면 과열로 불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부천=김수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