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4 (토)

3년 전 동지가 敵으로… 日 자민 총재 레이스 ‘대혼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달 27일 선거, 잠룡 10여명 각축

조선일보

오는 9월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포스터. 기시다 후미오와 아베 신조,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전현직 총재들의 얼굴이 담겼다./자민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상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후보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지난 24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오는 30일 출마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선거에서 연합했다가 적으로 만나게 된 세 후보를 포함해 이번 선거에는 10여 명이 나서 역대 가장 뜨거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선 통상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고노는 2021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고이즈미와 ‘고이시카와 연합’으로 연대하고 단일 후보로 출마했다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에게 패했다. 일본군의 위안부 관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역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1996년 중의원 의원으로 당선돼 외무·방위상을 지내고 기시다 내각에서 디지털상을 맡았다. 그는 출마 회견에서 “기시다 내각 이후 일본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산케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30일 출마를 공식화한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고이시카와 연합은 결성 약 3년 만에 무너지게 됐다. 일본 언론은 고이시카와 연합이 붕괴된 배경에는 최근 기시다 총리가 주도한 자민당 내 파벌 해산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말 자민당 의원들의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져 당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추락하자 기시다는 “비자금 스캔들의 원인이 된 파벌 정치를 없애겠다”며 자신이 속한 기시다파를 지난 1월 해산했다. 당내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니카이파 등도 속속 해산했지만 고노 디지털상이 속한 아소파는 사실상 해산을 거부하고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다. 이에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이시바·고이즈미가 파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감안해 고노와의 연대를 철회했다는 관측이다.

셋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 인지도가 높고, 환경상 재임 시절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지원 사격도 받고 있어 당원·의원 투표 모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 신뢰도가 바닥난 자민당이 43세의 ‘젊은 피’ 이미지를 앞세워 쇄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원들의 기대도 있다. 다만 다른 후보에 비해 각료 경험이 적고 환경상 재임 시절 “기후변화 문제는 펀하고(즐겁게) 쿨하고(멋지게)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엉뚱한 발언을 거듭해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반면 고노 디지털상에 대해 정치 평론가 다자키 시로는 TV아사히 인터뷰에서 “아소파의 지지를 받겠지만 아소 부총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는 지난 선거에서 같은 파벌의 고노가 아닌 기시다 현 총리를 물밑에서 도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료 경험이 풍부해 국민 지지율이 높지만, 당에 직언(直言)을 서슴지 않았던 탓에 의원들의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다섯 번째 총재 선거에 도전하는 그는 그동안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3~25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선 이시바가 가장 높은 22% 지지율을 기록했고 고이즈미가 20%로 2위였다. 3위는 조만간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10%)이었고 고노는 7%로 4위였다. 다만 당원과 당우(당을 후원하는 정치단체 회원),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총재 선거 특성상 전국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 분석이다. 요미우리가 같은 기간 자민당 지지층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선 고이즈미가 22%로 1위, 이시바가 20%로 2위였다. 이어서 다카이치(14%)와 고노(9%) 등 순이었다.

고이시카와 연합 3인 외에도 ‘잠룡’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의원 40여 명 규모의 모테기파를 이끄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최근 출마 의향을 측근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아오야마 시게히루 참의원 의원 등도 조만간 출격 선언을 앞두고 있다. 앞서 고바야시 다카유키 중의원 의원이 지난 19일 당내 첫 출마 선언을 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파벌 정치에 대한 국민 불만을 고려해 특정 후보 지원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TV아사히가 전했다. 기시다는 지난 14일 “자민당이 바뀌기 위한 첫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며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이시카와(小石河) 연합

2021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에 맞서 결성했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행정개혁담당상의 연합 이름. 각자 성(姓)의 맨 앞 글자를 땄다. 당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던 셋의 연합이라 주목도가 높았고, 실제 선거에서도 단일화 후보였던 고노가 당원 득표율 1위를 차지해 연합 효과를 증명했다. 다만 의원 득표율이 3위에 그쳐 총재직을 기시다 현 총리에게 넘겼다. 오는 9월 27일 선거에선 이 셋이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김동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