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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맞선부터 국제결혼까지 4박5일... 추석 연휴에 출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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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추석에 맞선 투어?

속전속결 국제결혼

“추석 연휴를 이용해 베트남 맞선 보러 가요. 시간적 여유 때문에 국제결혼 망설이시는 분들, 항공료만 내시고 현지에서 맞선 보세요. 맞선 성공 시 계약하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한 국제결혼 중개 업체가 올린 ‘9월 이벤트’ 공지. 전화해 봤다. “4박 5일 안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오실 수 있어요. 베트남 도착해서 다음 날 아침 8시부터 계속 맞선을 볼 거예요. 보통 아가씨들 10명 정도 만나면 그 안에서 결정을 내리시더라고요.” 업체가 일러준 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1일 차 베트남 도착, 2일 차 맞선 및 배우자 결정, 3일 차 상견례, 4일 차 약식 결혼식, 5일차 입국. 올해 추석 연휴는 주말 끼고 5일이다. “오늘 사무실 들르세요. 미리 사진이랑 프로필 교환하고 영상 통화 주선해 드릴게요.”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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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장가가니?” 명절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 절박해진 노총각들이 추석에 비행기를 탄다. 빠르면 연휴 기간 내에 혼사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소득 남성 이용자도 증가 추세. 또 다른 업체가 홍보 글을 올렸다. “추석 연휴에 계약금 없는 1차 배낭여행,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셔서 인터뷰 진행하시고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길(스케줄).” 관계자는 “도착하자마자 맞선을 진행해 30~50명 정도의 여성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빠르면 뒤탈이 난다.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신붓감이 결정되면 남자는 귀국하고 여자는 현지 ‘기숙사’에 입소해 한국어 교육 및 사생활 검증 등을 거쳐 2~3개월 뒤 혼례를 올리는 방식이다. “이번 추석에도 한국 분 두 명 가기로 했습니다.”

장모님의 나라답게, 행선지는 베트남이 압도적 1위. 업체 측은 “베트남도 음력 추석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날 개념에 가까워 아가씨들과의 만남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베트남 국제결혼 전문 카페에서도 이번 추석 ‘맞선 투어’를 진행한다. “금요일 밤 출발해 토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이 가장 좋습니다. 그날부터 맞선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일요일에 가장 많은 여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결혼중개업법)상 중개업자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2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2명 이상의 상대방을 소개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가히 ‘빨리빨리’의 민족.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지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9.3일이었다. 2~3일(18.6%), 심지어 1일(6.5%)도 있었다. 평균 비용은 중개 수수료 1436만원, 예단비·현지 혼인 신고비 등 469만원으로 총 1905만원이었다. ‘매매혼’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이용자들은 ‘원하는 이성 선택’(40.2%), 시간 절약(36.7%), 간소한 결혼 절차(35.7%)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다.

스물세 살 나이에 한국 남성(당시 39세)과 현지 결혼식을 올린 베트남 여성 A씨는 그러나 차일피일 한국행을 미뤘다. 한국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핑계. 강습비 등 명목으로 1년 동안 약 1700만원을 뜯어냈다. 입국하면 곧 가출해 한국에서 돈을 벌 계획이었을 뿐 부부 생활을 지속할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지난 3월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서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 혼인 건수는 792건이었다. 10년 새 3배 가까이 뛴 이례적 수치. 전년도 비율을 보면 86.7%가 한국 남성과 이혼한 재혼 여성이었다. 국적 취득용 ‘위장 결혼’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사랑이라는 결혼의 결정적 요소가 결여돼 있다면 배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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