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요충지 회랑 등 주둔 고수…하마스 “약속 깨” 철수
미 실무팀은 남아 조율 지속…‘보복 보류’ 이란 대응 주목
언제쯤이면…텐트촌 아닌 고향에서 저 웃음 볼 수 있을까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대피 명령에 따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으로 피란 온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25일(현지시간) 모래언덕에서 놀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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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며 중동지역 전운이 짙어진 가운데 확전을 막을 최대 변수로 꼽혔던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은 휴전 논의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보류해온 이란이 헤즈볼라에 이어 군사행동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양일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협상은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철군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소식통에 따르면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와 관련해 여러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거부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하고 가자지구 북부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뒤집었다며 “우리는 합의된 것을 철회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더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 같은 입장을 중재국들에 전달한 후 대표단을 카이로에서 철수시켰다. 다만 미국은 협상 지속 가능성을 열어뒀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카이로에 실무팀이 남아 물밑 의견 조율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휴전 협상은 중동 정세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후 확전 우려가 최고조로 치달았으나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은 3주 가까이 이를 보류한 채 협상 추이를 지켜봐왔다.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란이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거나 보복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미국도 이란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 협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교착 상황이 장기화되고 최종 결렬 분위기가 짙어지면 이란이 미뤄왔던 보복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신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의 테러 공격에 대한 이란의 대응은 분명히 있을 것이며, 정확하고 계산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새 대규모 공격을 주고받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일단 상황 수습에 나선 모양새이지만 여전히 확전 불씨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후드 야리 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헤즈볼라는 일단 첫 공격이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이란이 청신호를 준다면 추가 보복할 여지를 남겼다”면서 “점진적인 확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에 전면전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어느 쪽도 지상전을 원하지 않지만, 긴장 고조 속 작은 오판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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