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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리일규 "北외교관들, 가슴배지부터 숨겨…국가가 창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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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들이 밖에 나가면 가슴에 단 배지부터 떼서 주머니에 넣습니다.”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귀순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 참석해 '3대 세습과 고립 외교'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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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 참석해 북한 외교관으로서 활동할 때 느낀 자괴감에 대해 한 말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착용하는 것은 충성심을 드러내는 징표다. 리 전 참사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가장 싫었다”며 “내 국가가 창피스러운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리 전 참사는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2인자로 북한 내 최고위 ‘남미통’으로 꼽혔다. ‘김정은 표창장’까지 받았던 그는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미래가 없다는 암담함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각각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차관을 지낸 권영세·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의 주도로 열렸다. 리 전 참사의 탈북 후 첫 공개 강연이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예전에 리 전 참사를 탁구로 이겨보려고 매일 점심시간에 게임을 했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며 “2016년 탈북 후 고위급 외교관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데, 변화하는 북한의 실상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3대 세습과 고립 외교’라는 주제로 강연한 리 전 참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장 후 북한의 고립·고압 외교가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 차례 핵실험 동안 협상이나 국제적인 공조는 무시하는 고압 외교를 주문했다”며 “김정은 시대 선전 전략의 기본은 핵 무력과 김정은의 위대성 알리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그만두라’고 하는 곳이 있다면 무자비하게 나가서 싸워야 했다. 그게 충성심을 평가하는 척도였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내부 선전을 위해 북한 외교관들의 허위 보고가 일상화됐다고도 전했다. 리 전 참사는 “친북 성향이 강한 국가들도 이제는 핵과 미사일로 규탄받는 북한과 같은 취급 받는 걸 싫어하고 북한 외교관들이 설명해도 지지나 공감을 자제하고 있다”며 “북한은 상대측이 하지도 않은 지지 발언과 입장 표명을 유도한 후 이를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지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터무니없는 지시들이 내려왔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사우스(South·남한)’냐 ‘노스(North·북한)’냐 물어보면, ‘노스’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치욕스러운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리 전 참사는 남북통일을 위한 전략으로 주변국 설득과 SNS를 통한 외부 정보 유입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 전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4개국이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한국이 통일 의지가 있다는 걸 꾸준히 설득해 국제사회가 김정은에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 공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해서는 외부 소식을 많이 전파해야 한다”며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SNS처럼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영세 의원은 포럼 축사에서 “통일은 단순한 구호와 탁상공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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