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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헤즈볼라 공습 맞춰 北 '자폭 무인기' 공개… 대공망 허점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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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자폭형 드론 첫 공개 배경은
전문가 “러시아 자폭 드론과도 유사”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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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자폭형 무인공격기(드론)’ 성능시험 현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자폭 드론은 러시아에서 만든 무기와 비슷한 모양새여서 북러 밀착에 따라 무기기술을 이전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험 현장을 직접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며 생산 확대를 지시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국방과학원 무인기 연구소를 찾아 타격 시험을 직접 지도했다. 이날 통신은 ‘각이한(각기 다른) 타격권 내에서 리용(이용)되는 무인기들은 지상과 해상에서 적의 임의의 목표들을 공격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각종 무인기들은 설정된 각이한 항로를 따라 비행하였으며 모두 지정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자폭 드론 공습을 진행한 가운데 공개된 이번 시험은, 북한이 관련 기술력을 대외에 과시하고 국제사회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선물한 자폭 드론 기술 시험했나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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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공개한 자폭 드론은 ‘엑스(X)자형’과 ‘가오리형’ 날개로 구분된다.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드론 가운데 엑스자형의 형태가 러시아에서 제작해 우크라이나전에 활용한 자폭 드론과 매우 비슷하다는 데 주목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엑스자형 날개 드론의 경우 러시아 기술이 접목된 것으로 보인다”며 “외관과 성능을 보면 러시아 방위산업체 잘라(ZALA) 항공그룹이 제작한 ‘란쳇(Lancet)-3’ 자폭 드론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군 관계자도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했을 때 자폭 드론을 선물 받은 점을 언급하면서 “그런(러시아가 선물한) 것들을 이번에 실험했을 가능성, 역설계해서 성능을 개량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엑스자형 날개 드론의 경우 최대 시속 3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표적 위에서 수직에 가깝게 급강하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탱크 상부를 공략했을 때 대응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자폭 드론은 탱크 형상 물체에 수직으로 낙하해 완전히 파괴했다. 현대 탱크에서 가장 취약한 ‘뚜껑’ 부분을 공략하기 위한 비행 소프트웨어까지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가오리 날개형 드론은 이스라엘 IAI사가 개발한 무인 자폭기 ‘하롭(HAROP)’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롭은 적의 방공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레이더 기지를 공격하도록 개발돼, 우리 방공망이 허점을 보일 경우 틈새를 파고들 무기로 꼽힌다.

김정은 "자폭형 무인기 더 많이 생산해야"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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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시험 현장에서 “전투적용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부대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부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홍 위원은 “한국의 제공 및 방공을 회피하며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공개해 (우리를)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내적으로는)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무인항공 공업부문 과업 수행 성과를 과시하고, (대외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과 한미 공군력에 대응한 심리전 차원의 공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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