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박현경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오른쪽)으로부터 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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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 최저치를 동반 기록했다. 의료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의료계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에 대한 국민 불안이 엄습하면서 민심이 악화한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10~12일 조사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20%로 나타나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도 3%포인트 내린 28%를 기록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은 의료계와의 갈등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오른 70%로 조사돼 역대 최대치였는데, 부정 평가한 이유 중 가장 많이 꼽힌 게 ‘의대 정원 확대’(18%)였다. 그간 부동의 1위였던 ‘경제·민생·물가’(12%)를 2주 연속 제쳤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여권이 뾰족한 대책을 못 마련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6일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며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여권은 지속적으로 의료계를 향해 “대화에 나서달라”고 호소했지만, 의료계가 대입 수시 원서 접수가 진행된 2025년 정원마저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면서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의협·의대교수협의회·대한의학회 등 8개 의료 단체는 13일 오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발표해 연휴 전 협의체 구성은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외려 당정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2026년 증원 유예’→‘2025년 증원도 논의 가능’과 같은 전향적 목소리를 내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즉각 부인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지금 당정의 지지율 하락은 전통적 보수층이 빠져나간 영향도 크다”며 “당정이 힘을 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보이는 모습에 실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그중에서도 대통령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하나같이 “의료개혁 내용 자체엔 국민 지지가 많고 방향도 틀리지 않았지만, 국민 불안과 불편이 커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한 참모는 “보수 성향이 많은 의사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어 의료개혁 추진을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컸다”며 “하지만 이미 시작을 했고, 그렇게 하는 게 맞는 일이라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인제 와서 의대 증원을 없던 일로 하면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없게 된다”며 “응급실 뺑뺑이 자체가 의료개혁이 필요한 이유인데,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많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과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4일 밤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방문 이후 9일 만이자, 지난 2월 의대 증원 정책 발표 이후 열 번째 의료기관 현장 방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의료진과 대화를 하면서 ‘오해’, ‘진정성’, ‘경청’ 등의 표현을 써가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서울의료원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더 고생하고 더 힘든 진료를 하시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방치해온 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니,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며 “정책실장, 사회수석에게도 직통으로 연락해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했다. 의료진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선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면서도 “국민들이 의료인을 욕하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입원 경험을 꺼내며 “의사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어린 마음에도 있었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윤한덕홀 외벽에 걸린 고(故) 윤한덕 전 센터장 소개 현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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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선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와 권역외상센터를 도입하는 등 응급의료계의 선구자 역할을 하다 2019년 급성 심정지로 세상을 떠난 고(故) 윤한덕 전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기념하는 ‘윤한덕 홀’에 들렀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윤한덕 전 센터장이 2019년 순직할 때는 그 주에 무려 129시간 넘게 일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지금도 전국의 병원에는 윤 전 센터장님처럼 환자를 돌보기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며 “이러한 절박함에서 의료개혁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최근 의대 정원 문제에 많이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가 애초 내놨던 ‘2000명 증원’을 강조하는 대신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추석 영상 메시지에서도 “명절 연휴에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국군 장병, 경찰관, 소방관, 그리고 응급실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복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반려견 토리와 새롬이와 함께 추석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꽉 찬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고, 김 여사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 따뜻하게 보듬기 위해 마음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서 국민 감사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 그 자체가 위대한 성취”라며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날 때 뒷걸음치거나 웅크리지 않고 나가서 뛰어야 한다는 진리를 선수단 여러분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가 패럴림픽 선수단을 초청한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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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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