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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응급실發 의료공백 확산에 "현재 의료체계, 시한폭탄··· 대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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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29일부터 파업 가결··· 코로나19·온열질환에 설상가상

추석연휴 응급환자 2배급증 전망··· 정부 "응급센터 등 비상진료 강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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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에서 시작한 의료 공백이 반 년 넘게 계속되면서 응급실을 비롯한 병원 의료진 전반이 체력적 한계로 번아웃에 다다른 와중에 현장에 악재가 잇따르며 비상이 걸렸다. 올여름 코로나19 재유행, 온열질환자 급증에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도 29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다음달 중순에는 응급의료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추석연휴도 기다린다. 이렇게 되면 인력 부족에 따른 불편을 넘어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의료공백을 어떻게도 메울 수 없으며 ‘응급실 대란’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조규홍 장관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어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등에 따른 대응을 논의했다. 당초 26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하루 앞당겨 열며 응급실 과부하 등 상황을 예의주시한 모습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91%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에 실패하면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노조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파업하게 될 경우 환자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생각해달라”며 “집단행동보다는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응급 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 의료 기관을 중심으로 비상 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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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은 인력의 업무 과부하와 환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당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 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 3000건꼴이었다. 명절 당일 2만 5000건과 다음 날 2만 4000건에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다. 평상시 평일의 1.9배 수준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119를 통한 상담은 하루 평균 6926건 이뤄졌다. 평상시 하루 평균 상담 건수인 4980건의 약 1.4배 수준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이 경증 환자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응급실 상황이 상당히 빡빡한 데다 화상이나 교통사고 등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근 의료 공백에 따른 응급실 과부하로 서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울산대병원, 충북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이 파행 운영돼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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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형 병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권역응급센터에서 혼자 근무한다. 여기는 하루 육십 명 정도를 진료하는 서울 한복판의 권역센터다. 그리고 듀티(당직)마다 의사는 나 혼자다”라며 현재 응급실 상황을 적나라하게 올렸다. 남궁 교수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다 나가서 아무도 없다”며 “현재 의료 체계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응급실을 중심으로 의료 운영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 응급실 연쇄 셧다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사들의 사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수가 인상, 인건비 지원 다 의미 없다. 의사들은 정부와 국민들에 상처입었고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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