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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사설] 도 넘은 정치권 막말, 국회 윤리위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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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치인과 일부 단체장이 대통령을 향해 '계엄령 준비설', '살인자', '일본 밀정' 등 듣기도 섬뜩한 말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있다.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이 다르다고 국가 최고지도자를 이렇게 험한 말로 모욕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다른 생각이 있으면 말하고 잘못된 것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비판이나 지적도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내뱉은 말에 대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더욱 자극적인 말하기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 암약한다"고 말한 데 대해 "갑작스러운 국방부 장관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의 핵심은 (중략)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 바란다.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했다. '계엄령' 발언의 근거를 묻자 "상황에 따라서 말씀드리겠다"고 넘어갔다. "근거가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국민권익위 국장의 죽음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됐다며 "김건희·윤석열이 (국장을) 죽인 거예요. 살인자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결국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민이 거슬리고 불쾌하셨다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된다"고 사과했다. 전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고, 자신이 수장이던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권고 결정을 내려달라"는 진정이 접수됐는데 전 의원은 말이 아닌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전직 국회의원과 국가정보원장을 두루 섭렵했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자신이 추천한 독립기념관장 후보 2명이 탈락하고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임명되자 "대통령 주변에 옛날 '일진회' 같은 인사들을 말끔히 청산하라"고 했다. 구한말 일제의 대한제국 병탄(倂呑) 정책에 적극 호응한 단체가 일진회다. 이 회장은 MBC 라디오에서는 "용산 어느 곳에 일제 강점기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일진회, 밀정은 금도를 넘었다.

국회의원의 말은 그 자체가 법이 되고 정책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하고 권위도 있어야 한다. '설'이나 '풍문' '우격다짐' '덮어씌우기' '모욕주기'가 아니라 증거가 분명해야 한다. 당연히 말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대표에게 잘 보이려고, 강성 이미지로 튀어 보려고 무책임하게 근거도 없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막말이 관심을 끌겠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의원 스스로 언어 정화가 안 된다면 국회 윤리위라도 제대로 작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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