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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큰 한 방 없다면 또 조단위 적자"…삼성전자, TSMC 독주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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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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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반등을 시작했지만,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와 사업부의 조 단위 적자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다. AI(인공지능), HPC(고성능컴퓨팅),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등 고부가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3%로, TSMC(62%)와의 격차는 직전 분기와 같은 49%포인트다. AI 반도체와 IT 세트(완성품)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뛰는 와중에도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나 차량 관련 주문이 늘었지만, 여전히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파운드리 사업에서 조 단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시스템LSI사업부를 포함한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도 2조원을 웃돈다. 선단(첨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설 투자를 늘렸으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모바일에 물량이 집중된데다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적자가 지속됐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이 높은 AI와 HPC 분야의 비중 확대다. 최근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수주가 늘면서 HPC 고객 수가 2배 증가하는 등 주문 숫자는 늘고 있으나, 빅테크 고객사의 '한 방'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점유율 상승은 어렵다.

전장 분야의 경쟁력 확보도 숙제다. TSMC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7나노 이하 선단 공정을 활용한 차량용 칩을 생산한다. 완성차 업체가 즐비한 유럽에서 고객사와의 거리를 좁히고,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도 독일 뮌헨으로 유럽 법인을 이전하고 파운드리 영업 관련 인재 확보에 나섰으나, 아직 뚜렷한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중국 SMIC나 대만 UMC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삼성전자에 비해 초미세공정 개발·양산 경험이 적고 수율이 불안정하지만, 낮은 가격과 중국 정부의 지원, 자국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무기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특히 SMIC의 경우 매출의 30% 이상이 삼성전자의 주력 부문인 스마트폰용 반도체로, 3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최대 15%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2나노 시장에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미국 테일러 공장 등 파운드리 생산시설 가동을 서두른다. 다음달부터 DS(반도체) 사업부의 정기 채용을 시작하고, 미국과 대만 등 지역에서 글로벌 포럼에 참여하는 등 인재 확보에도 투자한다. 2028년 AI와 HPC 매출을 2023년 대비 9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성수기인 3분기를 앞두고 파운드리 상승세가 시작됐으나, 경쟁 업체의 매출이 모두 뛰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제자리걸음 중"이라며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고객사 숫자보다는 대형 고객사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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