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3 (금)

'음식배달 천국' 중국에 만연한 무허가 '유령식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中 CCTV 무허가·비위생 음식배달 업체 적발

주소·영업허가증만 빌려 무허가 영업 '성행'

연간 1000억건…음식배달 고성장 후유증

아주경제

중국 국영 CCTV에 방영된 베이징 시내 한 무허가 음식배달업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 어러머(餓了麽,) '안심식당(放心點榜) 순위' 7위에 랭킹된 '왕징바베큐' 식당. 하지만 점포 주소는 시내의 모 주택 단지에 위치한 데다가, 이곳 거주민의 영업허가증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앱에 올라온 널찍한 식당 사진은 모두 가짜로 확인됐다.

중국 국영중앙(CC)TV가 24일 고발한 중국 음식배달 플랫폼에 등록된 '유령식당'의 현실이다. CCTV는 이날 음식배달 가게의 위생불량, 무허가 영업 등의 실태를 파악해 고발했다.

특히 CCTV는 하나의 영업허가증을 여러 업체가 공유해 사용하는 게 외식업계의 암묵적인 룰이 됐다고 고발했다. 특히 어느 한 식당의 주소와 영업허가증을 등록해놓고 널찍한 공간을 여러 개 10㎡도 안되는 작은 방으로 나눠서 40여개 영세 음식 배달업체에 돈을 받고 임대해 주는 것. 무허가 업체들이 닭장처럼 바글바글 모여서 비위생적인 장소에서 음식을 만들고 영업을 하는 셈이다.

전문 중개업자가 돈을 받고 허위 영업허가증으로 음식배달 플랫폼에 등록해주고, 트래픽을 조작해 해당 업체가 음식배달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리도록 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도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CCTV는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음식배달 가게에 잠입해 취재했다. 열악한 위생환경 속 주방에는 파리와 먼지가 가득하고, 직원이 웃통을 벗고 아무데나 침을 뱉으며 음식을 조리하는가 하면, 조리된 음식을 한참 동안 상온에 방치해두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

CCTV 보도가 나가자마자 베이징시 당국은 즉각 조사팀을 꾸려 음식 배달업체들의 영업허가증 임대 행위 조사에 나섰다. 현재 방송에서 고발된 업체들은 메이퇀, 어러머 등 배달플랫폼에서 이미 퇴출된 상태다.

중국은 음식배달 천국이다. 중상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본토의 온라인 배달플랫폼 이용자 수는 5억4500만명으로 중국 전체 누리꾼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등록된 누적 음식배달 기업은 총 106만2000곳으로, 전년 대비 56.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중국 양대 음식배달 플랫폼인 메이퇀과 어러머에 등록된 음식배달원(라이더) 수를 합치면 1000만명이 넘는다. 현재 중국 음식배달 건수는 연간 1000억건에 육박하며, 오는 2030년엔 2000억건이 넘을 것이란 전망치도 나온다.

음식배달업이 성행하면서 유령가게의 무허가 영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음식배달 플랫폼들도 자체적으로 단속에 나서고는 있다. 메이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여러 지역의 공안과 협력해 모두 24건의 불법 음식배달 산업 체인 문제를 적발하고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