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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월 18만9000원의 마법'... 세금 없는 투자로 내 아이 목돈 만들기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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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펀드=투자 수익+증여 비과세
장기투자 적합한 포트폴리오 구성
유기정기금 증여로 절세 효과까지
5년 수익률, 주식형 ETF보다 높아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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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전모(36)씨는 아이의 10년, 20년 뒤가 부쩍 고민입니다. 아이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그 과정에서 부모가 얼마나 지원할 수 있을지 등 모든 게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 최소한 4년 치 대학 등록금이라도 모아 둬야 한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드는데, 매일 바지런하게 주식 앱을 확인할 만큼 투자에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라 걱정이 큽니다.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 이런 푸념을 늘어놓자 의외로 간단한 해답이 들려옵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어린이펀드'를 활용해 매달 많지 않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적립해 둔다면 10년 단위로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한 번에 증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아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전씨는 이번 추석부터 아이가 받아 오는 용돈을 모아 뒀다 펀드에 집어넣을 참입니다. 어릴 때 빈말로나 듣던 '엄마가 세뱃돈 맡아 뒀다 나중에 한꺼번에 줄게'라는 말을 진짜로 실천할 수 있게 되겠네요. 전씨는 "안 그래도 집안의 유일한 아이라 명절마다 아이에게 용돈 세례가 쏟아지곤 하는데 펀드에 가입해 두면 체계적으로 목돈 만들기가 쉬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 수익률 높아지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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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어린이펀드 포트폴리오.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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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40 부모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재테크 아이템은 '어린이펀드'입니다. 보통 장기 투자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다 보니 삼성전자 등 국내외 우량주 비중이 높고 보수율이 낮은 편입니다. 미성년자 명의로만 가입 가능한 상품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보통은 부모가 자녀 이름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여와 절세까지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서죠.

어린이펀드가 처음 출시된 건 1999년으로 꽤 오래됐습니다. 당시 하나UBS자산운용이 내놓은 '하나UBS아이비리그플러스적립식펀드'를 시작으로 조금씩 주목받던 어린이펀드는 2005년부터 급성장했지만 2010년대 들어 인기가 확 꺾였습니다. 공모펀드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영향을 받은 건데요. 한때 2조 원대까지 늘었던 펀드 설정액이 반의 반토막으로 줄고, 새로운 펀드 상품이 몇 년간 출시되지도 않았죠.

그러던 어린이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회복에 따라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3040세대 사이에서 똑똑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고 있거든요.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어린이펀드로 분류된 상품(설정액 10억 원 이상)은 22개로, 설정액은 4,040억 원 수준입니다. 전성기 때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하네요.

가입 방법은 쉽습니다.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와 자녀 명의의 기본 증명서, 본인 신분증과 인감 등을 챙겨 가까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 창구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가입을 진행하면 됩니다. 5~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목적이라면 주식 비중이 높은 펀드가 좋다고 하네요.

아이 통장에 268만 원 더 얹어 주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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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어린이펀드라면 많은 사람이 월 18만9,000원에 맞춰 10년을 납입합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한도는 10년에 2,000만 원이고, 이를 120개월로 나누면 월 16만6,667원이죠. 그런데 왜 이보다 소폭 높은 금액일까요.

답은 '과세 할인율'에 있습니다. 증여세법에 의하면 연금처럼 정기적으로 같은 금액을 증여할 경우 과세표준을 연 3%씩 복리로 할인해 평가합니다. 사전에 10년 치를 한꺼번에 증여 신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해 납입할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증여액을 평가해 주는 건데, 화폐가치 하락을 감안해 준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법적인 용어로 '유기정기금 평가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올해의 100만 원은 그대로 100만 원이지만 10년 뒤의 100만 원은 올해 74만4,094원으로 평가되죠. 이렇게 할인된 금액을 다 더해서 2,000만 원만 넘지 않으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계산이 복잡하죠. 결과적으로 유기정기금 평가방식을 적용하면 10년간 물려줄 수 있는 재산은 2,000만 원이 아니라 2,268만 원이 됩니다. 한 번에 2,268만 원을 증여한다면 세금 26만 원을 내야 하지만, 10년간 정기적으로 증여하면 무려 268만 원을 더 세금 없이 자녀 자산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죠.

코스피 수익률 월등히 뛰어넘는 어린이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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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8만9,000원씩 10년간 펀드에 적립할 때 수익률에 따른 예상 평가액 변화.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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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만 하면 적금과 다를 바 없겠죠. 펀드의 장점은 '투자 수익'에 있습니다. 법적으로 증여 신고 이후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추가 과세가 없습니다. 즉 자녀 명의로 된 펀드에 들어간 돈은 이미 증여된 자산이므로 여기서 나는 수익은 온전히 아이의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익률이겠죠. 어린이펀드는 다른 펀드와 비교해 수익률이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어린이펀드 22개 5년 평균 수익률은 35.76%로,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30.13%)보다 높습니다(에프앤가이드). 1년 평균 수익률은 14.86%로, 원자재펀드(10.98%)나 삼성그룹펀드(7.61%)를 앞지릅니다.

매달 18만9,000원을 10년간 어린이펀드에 적립한다고 했을 때, 수익률에 따라 최종 적립금은 어떻게 될까요. KCGI자산운용의 계산대로라면 투자원금을 세전 2,286만 원이라고 볼 때 연 수익률이 5%일 경우 총 2,935만 원, 7%일 경우 3,271만 원, 10%라면 3,872만 원이 됩니다. 20년 꼬박 납입한다면 원금 4,536만 원에 평가액은 9,800만 원 가까이 되겠네요.

KG제로인 집계를 보면 현재 판매 중인 상품 중 순자산이 가장 큰 상품은 미래에셋에서 2005년 내놓은 '우리아이3억만들기' 펀드입니다. 8월 19일 기준 순자산 1,954억 원으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데, 대표 종류(클래스) 기준으로 1년 수익률 18.1%, 5년 수익률 43.8% 수준으로 상당히 높네요. 다음으로 큰 펀드는 KCGI의 '주니어펀드'(순자산 976억 원)인데 1년 수익률 13.7%, 5년 수익률 65.3%를 기록했습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어린이' 펀드(순자산 779억 원)가 수익률은 가장 높았는데요, 1년 22.4%, 5년 141.4%에 달했습니다.

청소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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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어린이펀드 수익률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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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펀드는 단순히 자산 투자 목적 외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어린이펀드 중 3개(우리아이3억만들기, 세계로적립식, 친디아업종대표)의 운용보수와 판매보수의 15%를 '청소년금융기금'으로 조성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리더 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유명 대학이나 글로벌 기업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펀드 가입자 중 초·중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2006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될 36회 행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1만3,000여 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고 하네요.

어린이펀드 가입은 빠를수록 이득입니다. 세금 없이 신고만으로 증여를 하려면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 10세에 2,000만 원, 20세와 30세에 5,000만 원씩 증여해 자녀가 30세가 될 쯤엔 원금 기준 총 1억4,000만 원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펀드 수익률에 따라 평가액이 훨씬 불어나 있을 수도 있죠. 실제로 KCGI자산운용 설문조사 결과 펀드 가입자 나이는 5세 이하가 27%, 6~10세가 28%로 절반 이상이 10세 이하였습니다.

다만 모든 펀드가 그렇듯 투자 위험은 존재합니다. 어린이펀드 대부분은 1등급에서 2등급 정도의 위험등급이 책정돼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수익률과 성과가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턱대고 투자해선 안 됩니다. 각 펀드의 과거 수익률과 투자 대상, 본인의 투자성향 등을 모두 고려해 본 뒤 현명한 투자 선택을 내리길 바랍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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