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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곳곳에 파열음...'인력 감축설'만으로도 도드라진 삼성전자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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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해외 지원인력 구조조정' 보도
삼성 "일상적 인력 효율화" 해명했지만
반도체·스마트폰 압도적 우위에 물음표
한국일보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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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해외 법인 직원 중 생산직을 제외한 최대 30%를 감축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회사는 "일상적 인력 효율화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수직 하강 중인 삼성의 각종 성과 지표와 맞물려 "이번은 진짜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해외 자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 약 15%, 관리 직원 최대 30%의 감축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삼성전자 임직원 26만여 명 중 해외 생산 법인 임직원은 14만여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경기 대응을 위한 인력 조정으로 감축 목표치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일상적 인력 감축조차 '비상 대응 시그널'로 읽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급락한 주가...52주 신저가 기록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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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치로 드러난 위기 첫 징조는 주가다.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6만6,200원으로 마감해 시총 400조 원이 무너졌다. 7월 10일 연고점(8만7,800원) 대비로는 24.6%가 쪼그라들었는데 11일에는 종가 6만4,900원을 기록,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증권가는 줄줄이 3분기(7~9월) 삼성전자의 매출 및 영업 실적, 목표 주가를 내리는 중이다.

②삼성전자가 우위를 선점한 사업 영역도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발표한 '2023 주요 상품·서비스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애플에 내줬다. D램 반도체, 낸드플래시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초박형 TV 등 4개 분야서 아직 1위를 지켰지만 느긋하게 볼 상황은 아니다.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광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대만 TSMC가 올해 2분기 62.3%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굳힌 반면 삼성전자는 11.5%로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TV·생활가전 사업도 LG전자는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까지 쫓아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8년에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업계 최고 대우'란 말이 무색하게 직원 평균 연봉은 경쟁사에 역전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의 2023년 평균 임금은 1억2,000만 원. 2018년과 비슷한 수준(1억1,9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억700만 원에서 1억2,100만 원으로 뛰었다. 가전이 주력 산업인 LG전자도 같은 기간 8,300만 원에서 1억600만 원으로 올랐다. 이로 인한 노동조합과의 갈등과 인력 유출, 기술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집행부 3인을 업무 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조직 문화 바꾸고 선택과 집중해야

한국일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5월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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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달라진 시장 상황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사업을 동시에 잘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성숙기로 접어들었고 삼성이 경쟁력을 가진 OLED 디스플레이도 경쟁이 심화됐다. 빅테크의 경쟁 심화로 파운드리 수요는 TSMC로 집중되고 메모리 반도체도 고객사 수요가 중요한 '주문형 시대'로 접어들었다. 투자할 분야의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결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2017년 미국 음향기업 하만 인수 이후 벌써 7년째 대형 인수합병 소식이 없다는 게 방증이다.

궁극적으로 관료화와 폐쇄적 소통 체계가 문제로 꼽힌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설비 투자는 물론 기술 연구 관련 의사결정도 늦어지며 시장을 이끄는 초격차 기술이 나오기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전영현 부회장도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 취임 두 달여 만인 8월 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경쟁력이 뒤처진 이유로 '부서 간 소통의 벽'과 '문제를 회피하려는 조직 문화'를 꼽았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정확한 판단 △신속한 결단 △과감한 투자로 업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삼성은 해외에서 1등을 해야 하는 숙명"이라며 "고만고만한 대책들이 아니라 조직 구조를 확 바꾼다든가 하는 뭔가 좀 강력한 변화를 통해 선택과 집중할 분야를 찾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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