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3 (금)

'로카르노 수상' 김민희, 홍상수 영화만 12편째…득일까 실일까 [N초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홍상수, 김민희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홍상수 감독님과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진심을 다해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저에게 놓일 상황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배우 김민희가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진행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의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설'로만 떠돌았던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인정해 화제가 됐다. 이후 두 사람은 국내에서 두문불출하고 영화제 등 해외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연인 사이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부터 국내 여론은 두 사람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사생활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견고한 국내 문화의 특성상 '불륜' 낙인이 찍힌 배우와 감독의 작품은 예술적 가치가 크다고 한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으며, 7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여론의 반응과는 별개로 홍상수 감독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에도 그는 '그 후'(2017) '클레어의 카메라'(2018) '풀잎들'(2018) '강변호텔'(2019) '도망친 여자'(2020) '인트로덕션'(2021) '당신얼굴 앞에서'(2021) '소설가의 영화'(2022) '탑'(2022) '물안에서'(2023) '우리의 하루'(2023) '여행자의 필요'(2024) '수유천'(2024)까지 13편의 영화를 더 만들었다.

매년 꾸준히 1~2편 이상의 작품을 낸 홍 감독은 여전히 유럽에서는 작품성으로 사랑 받는 한국의 작가주의 대표 감독이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여행자의 필요')을 수상하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우리의 하루')으로 초청되는 등 최근에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는 초청·수상 행렬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홍 감독의 영화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1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소설가의 영화'와 '도망친 여자' 정도가 전부다. 이처럼 국내 관객수가 하락했지만, 애초 그의 영화는 흥행성을 담보로 하는 상업 영화가 아닌 데다 계속해 국제적 명성은 높아져 가고 있으므로 커리어 면에서 큰 타격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뉴스1

'수유천' 포스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륜 인정' 이전, 상업 영화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김민희의 경우는 연인과 양상이 다르다. 모델 출신인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직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배우 경력의 절정을 맞이했다. 모델 출신인 그는 한때 '발연기' 논란에 휩싸였을 정도로 연기력에 대해 혹평을 받았으나, 영화 '화차'(2012)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연기에 힘입어 충무로 A급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가씨' 이후 사생활에 문제가 생기며 연인인 홍상수 감독의 작품 외 다른 작품에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대중적이지 않기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여배우 김민희'가 눈앞에서 부재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열린 제77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의 최우수연기상 수상은 '배우 김민희'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김민희는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된 직후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 저는 당신의 영화를 너무 사랑한다, 함께 작업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홍 감독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이 같은 행보가 대중에게 아쉬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나 배우 개인으로서는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대해 뉴스1에 "좋은 작품으로 연기를 잘하면 영화제에서는 수상할 수 있다, 수상은 다른 문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앞으로도 (김민희는) 작품 활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만 출연하는) 지금 방식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콘텐츠에 들어가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가 사생활 문제로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화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불륜에 대한 감정이 뜨거워 이런 사생활 문제가 꼬리표가 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수용자들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정서는 어쩔 수 없다, 소비자가 소비하기 싫다고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고 의견을 밝혔다.

업계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현직 캐스팅 디렉터는 뉴스1에 "배우로서 김민희는 너무 아깝다, 왜 그렇게 안타까운 선택을 했나 싶다, 어쨌든 두 사람의 관계는 불륜으로 낙인찍혔다, 이것을 과연 대중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라고 국제 영화제 수상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음을 시사했다.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